연탄불 향이 스민 추억, 동대문 맛집 골목의 송정식당 불꼬지 백반 기행

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동대문으로 향했다. 복잡한 서울 도심 한복판, 그 틈바구니 속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오늘 나의 목적지는 닭한마리 골목 바로 옆, 좁다란 생선구이 골목에 숨어있는 송정식당이었다. 간판은 ‘생선구이, 불꼬지백반’이라 적혀 있었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뜨거운 연탄불에 구워낸 불꼬지 백반을 찜해둔 상태였다.

골목 어귀에 다다르자, 왁자지껄한 시장 특유의 활기가 온몸을 감쌌다. 기름 냄새와 짭짤한 생선 굽는 냄새가 뒤섞인 가운데, 연탄불에 돼지고기를 굽는 매캐한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저곳이다. 낡은 함석지붕 아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간판이 정겨운 미소를 짓는 듯했다.

송정식당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송정식당의 간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4인 테이블이 겨우 네 개 놓인 1층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2층에도 자리가 있다는 안내를 받아 좁은 계단을 조심스레 밟고 올라갔다. 2층은 1층보다 더 비좁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자리에 앉자마자 망설임 없이 불꼬지 백반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렸던 한 상 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미밥 위에는 보기 좋게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두부찌개와 콩나물 무침, 김치, 무생채 등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불꼬지 백반 한상차림
정갈하게 차려진 불꼬지 백반 한 상.

무엇보다 시선을 강탈하는 것은 단연 불꼬지였다. 연탄불에 구워져 불향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돼지 불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불향과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와 입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연탄불에 살짝 그을린 부분이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더해, 먹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불꼬지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바로 이었다. 싱싱한 깻잎에 윤기 흐르는 밥 한 숟갈, 불꼬지 한 점, 그리고 매콤한 무생채를 올려 크게 한 쌈 싸서 입에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깻잎의 향긋함과 무생채의 아삭함이 불꼬지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불꼬지
연탄불 향이 가득한 불꼬지.

뜨끈한 순두부찌개는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불꼬지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것은 물론, 쌀쌀한 날씨에 언 몸을 녹여주는 데도 제격이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와 함께 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있어 씹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찌개 한 입, 밥 한 입 번갈아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순두부찌개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순두부찌개.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콩나물 무침은 아삭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어우러져 자꾸만 손이 갔다. 김치는 적당히 잘 익어 밥반찬으로 훌륭했고, 달콤한 무생채는 불꼬지와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밑반찬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들.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밀려 들어왔다. 혼자 온 손님부터, 친구, 연인,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송정식당을 찾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오랜 단골로 보이는 어르신들이었는데, 편안한 차림으로 소주 한 잔 기울이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너무나 착했다. 푸짐한 불꼬지 백반 한 상이 단돈 8천 원이라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밥이 부족하면 더 주신다는 인심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송정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정(情)과 추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식당,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과 직원분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불꼬지 백반
다시 봐도 군침이 도는 불꼬지 백반.

동대문 맛집 골목에서 35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 송정식당.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와 변함없는 맛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값싸고 푸짐한 불꼬지 백반 한 상에 담긴 따뜻한 인심은, 지친 일상에 위로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며, 다음에는 김치오뎅볶음과 연탄에 구운 삼치구이를 맛보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고등어 구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고등어 구이.
불꼬지 백반과 김치오뎅
불꼬지 백반과 김치오뎅의 환상적인 조합.
김치오뎅
밥도둑으로 불리는 김치오뎅.
윤기가 흐르는 불꼬지
윤기가 흐르는 불꼬지는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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