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으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녹차밭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푸르름이 짙어지는 계절, 싱그러운 녹차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차창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보성 ‘명식당’. 지인들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던 그 이름, 드디어 직접 맛볼 기회가 왔다.
보성읍 한복판에 자리 잡은 명식당은 소박한 외관부터 정겨움이 느껴졌다. 붉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여진 “명식당” 세 글자가 눈에 띄었다. 오래된 맛집 특유의 편안함이랄까, 왠지 모를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들 편안한 표정으로 식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한우 등심, 불백, 유황오리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불백’과 ‘애호박찌개’. 특히 애호박찌개는 다른 테이블에서도 많이들 먹고 있는 듯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불백 2인분과 애호박찌개를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쟁반 가득 담겨 나온 반찬들은 하나같이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콩 조림,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김치,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나물 무침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삼켜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었다.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장 먼저 검은콩 조림을 맛봤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콩 특유의 텁텁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김치는 적당히 잘 익어 아삭아삭했고,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나물 무침은 신선한 채소의 향긋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간도 딱 맞고, 식감도 살아있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다.
밑반찬을 맛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불백이 등장했다. 커다란 냄비에 담겨 나온 불백은 마치 전골처럼 푸짐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얇게 썰린 한우 불고기가 각종 채소와 함께 듬뿍 담겨 있었고, 육수 위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불백 특유의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불백이 끓기 시작하자, 직원분께서 직접 오셔서 불 조절을 해주셨다. 친절한 서비스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불백이 어느 정도 익자,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 봤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 그리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불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깊고 풍부한 육수의 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것이 진짜 불백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익은 불고기를 밥 위에 올려 한 입 크게 먹었다. 부드러운 식감의 불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육즙이 풍부했고, 불향이 은은하게 퍼져 더욱 맛있었다.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쌈 채소에 불고기와 쌈장을 올려 쌈으로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불백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드디어 애호박찌개가 나왔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애호박찌개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였다. 큼지막하게 썰린 애호박과 두부, 그리고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찌개 위로는 송송 썰린 파가 얹어져 있었다.
애호박찌개의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 봤다. 와, 정말 시원하고 칼칼했다. 애호박 특유의 달콤한 맛과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맛을 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은, 마치 오랫동안 끓인 사골 육수처럼 깊고 진했다. 땀이 주륵 흐르는,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애호박은 부드러웠고, 두부는 고소했다. 돼지고기는 쫄깃쫄깃했고,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밥에 애호박찌개를 슥슥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뜨끈한 밥과 시원한 찌개의 조화는, 정말 최고였다. 특히 애호박찌개에 들어간 애호박은, 마치 솜사탕처럼 부드러웠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정신없이 불백과 애호박찌개를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밥 한 공기를 더 시켜서, 남은 불백과 애호박찌개에 슥슥 비벼 먹었다. 정말 배가 불렀지만, 너무 맛있어서 남길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하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의 행복감이라고 할까.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벽에 붙어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남은 음식은 절대 재사용하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였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손님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문구였다.
명식당에서 맛본 불백과 애호박찌개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손맛이 만들어낸 최고의 음식이었다. 보성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한번 맛봐야겠다. 특히 코다리찜이 맛있다는 평이 많던데, 다음에는 꼭 코다리찜을 먹어봐야겠다.
명식당을 나서며, 보성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푸르른 녹차밭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보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명식당에 방문해서 맛있는 식사를 즐겨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전라남도 맛집 ‘명식당’에서 맛본 불백과 애호박찌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는 은은한 불백 향이 맴돌았다. 오늘 맛본 음식들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보성 맛집 명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