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저녁, 왁자지껄한 소리가 그리워 친구들과 안산 월피동으로 향했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20년 넘게 이 동네를 지켜온 곱창집이다. 한때 ‘거북곱창’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월피동곱창’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고 한다. 상표권 분쟁 때문이었다는 뒷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더 정감이 갔다.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맛집의 저력은 대체 뭘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가게 문을 열었다.
평일 저녁인데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커다란 불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곧 그 위를 곱창과 대창, 염통으로 가득 채우리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할 것도 없이 곱창, 대창, 막창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모듬구이를 주문했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쏟아져 나왔다. 뽀얀 김치를 시작으로 곱창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부추무침, 아삭한 오이무침, 깻잎 절임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뜨끈한 선지해장국은 추운 날씨에 얼었던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마법 같은 존재였다. 찰랑거리는 선지와 칼칼한 국물을 번갈아 맛보며 메인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구이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철판 위에 곱창, 대창, 염통, 껍데기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대창과 붉은 빛깔의 염통, 그리고 곱이 꽉 찬 곱창의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사진을 찍는 내 손놀림이 저절로 빨라졌다.
이 집의 특징은 곱창을 초벌 하지 않고 생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익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그만큼 신선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직원분들이 직접 곱창을 구워주시기 때문에 편안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곱창이 익어가는 동안, 사장님께서 직접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비결은 바로 이런 친근함과 따뜻함 때문이 아닐까.

드디어 곱창이 노릇노릇하게 익기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기름이 자글자글 끓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잘 익은 곱창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곱의 풍미가 황홀경을 선사했다. 쫄깃한 식감은 덤이었다. 대창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염통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곱창 속에 숨어있던 통마늘은 의외의 복병이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곱창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곱창, 대창, 염통을 번갈아 가며 맛보고, 부추무침과 오이무침을 곁들이니 질릴 틈이 없었다. 특히 깻잎 절임에 싸 먹는 곱창은 향긋한 깻잎 향과 고소한 곱창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어느 정도 곱창을 먹고 나니, 직원분께서 불판 위에 김치를 올려주셨다. 돼지 기름에 구워진 김치는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김치와 곱창을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함과 매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맛에 곱창을 먹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빼놓을 수 없는 볶음밥 타임! 곱창 기름에 볶아 먹는 볶음밥은 그야말로 ‘반칙’이었다. 김치, 김가루, 부추 등을 넣고 볶은 밥 위에 계란 노른자 하나를 톡 터뜨려 먹으니, 고소함과 짭짤함, 그리고 부드러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볶음밥을 먹기 위해 곱창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그 맛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슬러시 또한 이 집의 매력 중 하나다. 달콤하고 시원한 슬러시는 입가심으로 최고였다.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사 먹던 슬러시 맛이 나서,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장님의 모습은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넥타이까지 매고 곱창을 굽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니까. 한결같은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사장님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맛집은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다. 신선한 재료,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변함없는 맛. 이 모든 것이 ‘월피동곱창’을 안산 대표 맛집으로 만들어준 비결일 것이다. 곱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 위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최고의 곱창집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곱창이기 때문에 익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곱창의 맛은 그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훌륭하다.
주차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대로변에 주차해야 하기 때문에, 주차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맛있는 곱창을 먹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월피동곱창’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추억과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다.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시간만큼,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곳에서 맛있는 곱창을 먹으며,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다음에 또 방문할 것을 약속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안산 맛집, 월피동곱창에서 맛본 곱창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곱창 냄새가 옷에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 냄새마저도 향긋하게 느껴졌다. 오늘 저녁, 나는 인생 곱창을 만났다. 그리고 그 곱창은, 내 삶의 한 페이지를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