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벼르던 영도의 맛집 “SO UR”로 향했다. 탁 트인 부산 원도심 뷰와 함께 맛있는 음식과 사워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에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영도 초입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괜찮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8층 높이에서 펼쳐지는 항구 전경이 눈 앞에 가득 들어찼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이라,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하늘과 부산 시내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어떤 야경이 펼쳐질까?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SO UR”은 사워 맥주 전문 양조장인 와일드웨이브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맥주 전문 바라고 해야 할까, 다이닝 펍이라고 해야 할까. 트렌디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연인끼리, 친구끼리, 혹은 부모님과 함께 와도 좋을 만큼 편안한 공간이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 아래,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조명 덕분에 아늑함이 더해졌다. 참고)
나는 사워 맥주를 꽤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메뉴를 펼쳐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무난하게 사워 블랑으로 시작해서, 산초와 라즈베리 맛이 난다는 독특한 마라고제를 이어서 마셔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는 위스키 느낌이 난다는 꾸덕한 흑맥주 머레이까지. 평소 접하기 힘든 특이한 맥주들이 많아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직원분께 추천을 부탁드리니, 친절하게 맛과 향을 설명해주셔서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맥주를 주문하고 나니, 어떤 음식을 곁들일지 고민이 되었다. “SO UR”은 음식 퀄리티도 높다는 평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파티 플래터, 빠삐요뜨, 블랑게뜨, 뇨끼… 이름부터 생소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국 사진 찍기에도 좋고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파티 플래터와, 해산물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빠삐요뜨, 그리고 나의 최애 메뉴인 뇨끼를 주문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워 맥주가 나왔다. 먼저 사워 블랑을 한 모금 마셔보니, 상큼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다. 이어서 마라고제를 마셔보니, 산초의 얼얼함과 라즈베리의 달콤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아냈다. 이런 맥주는 처음이라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지막으로 머레이를 마셔보니, 묵직하면서도 깊은 맛이 위스키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세 종류의 맥주 모두 개성이 강렬해서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맥주를 홀짝이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니, 드디어 기다리던 음식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파티 플래터였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다양한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메론 브라운 치즈, 살라미, 올리브, 크래커 등 다채로운 구성은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했다. 특히 메론 브라운 치즈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환상적이었다. 참고)

이어서 빠삐요뜨가 나왔다. 낯선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종이 포일 안에 담긴 해산물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포일을 열자, 향긋한 허브 향과 함께 해산물의 풍미가 코를 자극했다. 야들야들한 생선살과 자작한 국물의 조화는 정말 훌륭했다. 해산물을 이렇게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뇨끼가 나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만큼 기대가 컸다. “SO UR”의 뇨끼는 흔히 먹는 콩알만 한 크기가 아니라, 큼지막해서 썰어 먹어야 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고, 소스 또한 뇨끼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다.

음식을 맛보는 동안, 창밖의 풍경은 점점 더 아름답게 변해갔다. 붉게 물들었던 하늘은 어느새 짙은 푸른색으로 바뀌었고, 부산 시내의 건물들은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야경을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즐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좀 더 오래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SO UR”은 맛있는 음식과 맥주, 아름다운 뷰, 그리고 트렌디한 분위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부산의 특별한 공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SO UR”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입구에 걸린 그림들을 감상했다. 무심하게 걸린 듯하지만, “SO UR”의 감각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는 작품들이었다. 다음에는 꼭 다시 방문해서 다른 메뉴와 맥주를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땐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아름다운 야경을 더 오래 감상해야지.

다만,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후기에서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이 언급되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도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졌다. 맥주와 음식 맛, 그리고 분위기는 훌륭했지만, 조금 더 원활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더욱 완벽한 경험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O UR”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SO UR”에서 보낸 시간들을 곱씹어보았다. 맛있는 음식과 맥주, 아름다운 야경, 그리고 특별한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했던 밤이었다. 영도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SO UR”에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사워 맥주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히 좋아하실 거야. 특히, 블랑게뜨는 고소하고 식감도 좋아서 어른들도 쉽게 드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멋진 뷰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밤, 나는 “SO UR”이라는 멋진 지역명소를 발견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찾아, 맛있는 음식과 맥주, 그리고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면서 힐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SO UR”, 나의 새로운 아지트가 되어주길 바라며.

탭으로 마셨던 데이라이트 사워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큰 병으로 사서 집에서 마저 즐겼다. 사워 맥주는 정말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