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궐산 하늘길 잔도를 걷고 난 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향한 곳은 섬진강변에 자리 잡은 작은 국숫집, “행운집”이었다. 평일이라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지만, 주말에는 꽤나 붐빈다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에 붙은 빛바랜 메뉴판, 그리고 넉넉한 인상의 주인 할머니까지,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메뉴는 간단했다. 물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그리고 김치수제비. 우리는 각자 취향에 맞게 국수와 콩국수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이기 시작했다. 김치, 상추겉절이, 그리고 뜻밖에도 머릿고기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닌가! 김치는 푹 익어 신맛이 강했지만, 묘하게 국수와 잘 어울렸다. 상추겉절이는 갓 버무려져 신선했고, 머릿고기는 부드럽고 쫄깃했다. 특히 이 머릿고기는 막걸리를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결국 우리는 막걸리 한 병을 추가 주문하고 말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국수가 나왔다. 나는 비빔국수를 시켰는데, 면이 일반적인 소면이 아닌 조금 더 굵은 면이었다.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했고, 넉넉하게 올려진 상추와 함께 비벼 먹으니 꿀맛이었다. 면은 약간 불어 있었지만, 양념이 맛있어서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함께 간 일행 중 한 명은 물국수를 시켰는데, 국물이 밍밍하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워낙 입맛이 까다로운 친구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콩국수는 모두가 만족했다. 특히 콩국수 위에 올려진 인절미 가루가 고소함을 더해줬다. 콩국물은 서리태 콩으로 만든 듯, 진하고 고소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넘어가는 콩국물은 더운 날씨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달래주었다. 마치 할머니가 직접 갈아 만든 듯한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주인 할머니는 연신 “맛있게 드세요”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셨다. 할머니의 손녀딸인 듯한 어린아이가 식당을 뛰어다니는 모습도 정겨웠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태국인으로 보이는 두 분의 여사장님들의 모습에서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물국수 5,000원, 비빔국수 6,000원, 콩국수 7,000원으로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착한 가격이라니, 정말 감동이었다. 머릿고기 역시 7,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머릿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추가로 하나 더 주문했다. 젓가락으로 머릿고기를 집어 국수에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할머니는 현금 결제를 더 좋아하시는 눈치였다. 시골 인심에 보답하고자, 현금을 꺼내 계산을 마쳤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할머니의 인사를 뒤로하고, 우리는 행운집을 나섰다.
솔직히 말하면, 국수 맛은 엄청나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정겨운 분위기가 모든 것을 덮어줬다. 마치 20년 동안 명절 때마다 들르던 익숙한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행운집”이었다.
용궐산 하늘길 잔도를 방문하신다면, 멀리서 찾아갈 정도의 특별한 맛집은 아니지만, 섬진강변을 따라 드라이브하다가 배가 출출할 때, 혹은 저렴하고 푸짐한 국수가 먹고 싶을 때,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기본으로 제공되는 머릿고기는 꼭 맛보시길 추천한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즐기는 머릿고기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섬진강변을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겼다. 강물은 햇빛에 반짝이며 아름답게 빛났고, 주변 풍경은 평화로웠다. “행운집”에서 느꼈던 따뜻한 정과 넉넉함이 마음속에 잔잔하게 남아있었다. 어쩌면 맛있는 음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행운집”은 단순한 국숫집이 아닌, 행복을 파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행운집”에서의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소박하지만 따뜻했던 그곳의 분위기, 저렴하지만 푸짐했던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정겨웠던 주인 할머니의 미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던 곳이었다. 다음에 용궐산에 다시 가게 된다면, “행운집”에 꼭 다시 들러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할머니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섬진강변의 작은 국숫집 “행운집”에서, 나는 맛있는 국수와 함께 잊지 못할 행복을 맛보았다. 임실 지역을 여행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하는 맛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