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파스타가 간절하게 당겼다. 특별한 날도 아니었지만, 괜스레 분위기 좋은 곳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몇 군데의 레스토랑 중, 최근 평이 좋은 범계역의 ‘포크너’가 유독 눈에 밟혔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다는 후기들이 발길을 이끌었다. 퇴근 후, 설레는 마음을 안고 범계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포크너로 향했다.
범계역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지만, 포크너는 그 혼잡함 속에서도 묘하게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차분하게 감싸 안는 듯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약 덕분인지, 창가 자리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테이블에 놓인 식기류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투명한 유리 물병에는 레몬 조각이 싱그러움을 더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파스타 종류만 해도 열 가지가 넘었고, 스테이크와 샐러드, 리조또 등 다채로운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국, 가장 인기 있다는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살치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샐러드도 하나 시킬까 고민하다가, 아보카도 샐러드 대신 새우를 더 넣어주신다는 말에 솔깃해서 샐러드도 추가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식전빵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을 올리브 오일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맛이 확 돋아났다. 곧이어 나온 샐러드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초록색 채소 위에 붉은 토마토와 검은 올리브, 노릇하게 구워진 새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샐러드 소스는 직접 개발하신 거라고 했는데, 정말 독특하면서도 맛있었다. 새콤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다. 아보카도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탱글탱글한 새우가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주었다. 샐러드를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나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질 페스토 파스타가 나왔다.

파스타 위에는 신선한 바질 잎이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고, 은은한 바질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한 입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바질 향이 정말 황홀했다. 바질 페스토는 직접 만든 수제 소스라고 했는데, 시판 소스와는 차원이 다른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크리미한 치즈와 고소한 견과류가 씹히는 식감도 훌륭했고, 짭짤한 썬드라이 토마토가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파스타에 감탄하고 있을 때, 살치살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스테이크는 먹기 좋게 썰어져 나왔고, 겉은 노릇하게 구워지고 속은 촉촉한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스테이크 옆에는 홀그레인 머스타드, 생와사비, 단호박 퓨레 등 다양한 소스가 함께 나왔다.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굽기 정도도 딱 좋았다. 스테이크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럽게 씹히면서 육즙이 팡팡 터져 나왔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와 감칠맛은 정말 최고였다. 홀그레인 머스타드를 올려 먹으니 톡 쏘는 맛이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고, 생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으니 느끼함을 잡아주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달콤한 단호박 퓨레와의 조합도 의외로 훌륭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번갈아 먹으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음식 맛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분위기가 좋아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데이트하는 커플은 물론, 가족 단위 손님들도 많이 보였다. 한 가족은 테이블에 여러 가지 음식을 쫙 깔아놓고 연말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었는데, 정말 보기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디저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메뉴판을 다시 펼쳐 들고 고민하다가, 프로슈토 크림치즈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접시에 예쁘게 담긴 프로슈토 크림치즈가 나왔다. 짭짤한 프로슈토와 부드러운 크림치즈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직원분들도 친절하고, 음식 맛도 훌륭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맛과 양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매장 안이 조금 어둡다는 것. 물론 은은한 조명이 분위기를 더해주기는 하지만, 사진 찍기에는 조금 어려웠다. 그리고 건물 주차장이 부족해서,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는 조금 불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범계역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포크너는 범계역에서 데이트 코스로도 좋고, 가족 모임이나 특별한 날 식사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맛있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즐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포크너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방문해서, 스파이시 치킨 리조또와 봉골레 파스타도 먹어봐야겠다. 아, 그리고 와인도 한 잔 곁들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나오는 길에,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포크너의 문을 나섰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범계 로데오거리는 여전히 활기 넘쳤지만, 내 마음은 포크너에서 맛본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밤은 포크너 덕분에,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