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과연 이 깊숙한 곳에 정말 맛집이 숨어 있을까?’ TV에 소개된 곳이라지만, 반신반의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88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간판에는 귀여운 닭 그림과 함께 정겹게 쓰인 ‘88식당’이라는 글자가 빛바랜 듯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으로 향했다. 건물 앞에는 이미 여러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늦가을의 정취를 담은 갈색 나뭇잎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핑크빛 벽지가 눈에 띄었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내부,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듯한 핑크색은 오히려 친근함을 더했다. 마치 친구 집에 밥 먹으러 온 듯한 편안한 느낌이랄까.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본관은 입식 테이블, 별관은 좌식 테이블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5인 이상 단체 손님은 주로 별관으로 안내되는 듯했다. 나는 본관의 시원하고 쾌적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닭백숙과 닭불고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닭백숙과 닭불고기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가 있다는 정보에 망설임 없이 ‘닭불백’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였다. 김치, 장아찌, 샐러드 등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청송의 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샐러드였다. 아삭아삭한 사과의 식감과 달콤한 맛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불고기가 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넓적하게 펼쳐진 닭불고기는 먹음직스러운 붉은 양념을 입고 윤기를 좔좔 흘리고 있었다. 닭가슴살을 다져서 만든 닭불고기는 떡갈비와 비슷한 모양새였지만, 묘하게 다른 매력이 있었다. 젓가락으로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닭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숯불 향은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닭불고기는 그냥 먹어도 맛있었지만, 함께 나온 상추에 싸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싱싱한 상추의 아삭함과 닭불고기의 매콤달콤함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쌈장 대신 마늘 장아찌를 곁들여 먹으니, 알싸한 마늘 향이 닭불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닭불고기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닭백숙이 나왔다. 닭다리 하나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는데, 일반적인 닭백숙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국물은 거의 없고, 닭죽에 닭다리가 함께 나오는 형태였다. 닭다리 위에는 곱게 채 썬 계란 지단이 올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숟가락으로 닭죽을 한 입 떠먹으니, 녹두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닭고기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고, 닭죽은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닭백숙은 간이 약한 편이었는데, 함께 나온 마늘 장아찌와 함께 먹으니 간이 딱 맞았다. 닭고기를 잘게 찢어 닭죽에 넣고, 그 위에 마늘 장아찌를 올려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닭죽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닭불고기와 닭백숙을 번갈아 먹으니, 매콤함과 담백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니, 벽면에 붙어있는 수많은 유명인들의 사인이 눈에 띄었다. 허영만 화백의 사인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역시, 괜히 백반기행에 소개된 맛집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대 옆에는 탄산철분약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후에 약수 한 잔을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톡 쏘는 탄산과 쌉쌀한 철분 맛이 독특했다. 아이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식당을 나서기 전, 화장실에 들렀는데,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위생 상태는 조금 아쉬웠다. 비누는 있었지만 낡아 보였고, 수건은 축축해서 사용하기 찝찝했다. 이 점만 개선된다면 더욱 완벽한 식당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바로 앞에는 약수터가 있었고, 길 건너에는 창운대운도 전시장도 있었다. 식사 후에 잠시 산책을 즐기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 창운대운도 전시장은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거대한 크기의 그림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88식당에서의 식사는 만족 그 이상이었다.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 아름다운 주변 풍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 여행을 왔을 때 방문하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 화장실 위생 상태가 조금 미흡하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상쇄할 만큼 훌륭한 맛과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청송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88식당에 꼭 다시 들러 닭불고기와 닭백숙을 맛보고 싶다. 그때는 닭봉구이도 함께 주문해서 먹어봐야겠다.

88식당은 숨어있는 청송의 맛집이라고 불릴 만하다. 특별한 맛과 정겨운 분위기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청송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88식당에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식사 후에는 식당 앞 약수터에서 약수도 한 잔 마시고, 길 건너 창운대운도 전시장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88식당에서 맛있는 닭불고기와 닭백숙을 먹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냈다. 청송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방문해서 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