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숨은 보석, 전주 완산 경찰서 옆 초원슈퍼에서 맛보는 황홀한 가맥 맛집 기행

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이 그리울 때, 나는 어김없이 완산경찰서 근처 골목길을 찾는다. 그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초원슈퍼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슈퍼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낡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에 붙은 오래된 광고 포스터들이 정겹게 맞이하는 곳, 바로 전주 가맥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초원슈퍼는 단순히 맥주를 파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황태구이라는 특별한 안주와 함께 전주의 넉넉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퇴근 후 동료들과, 혹은 오랜 친구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시원한 맥주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 나 역시 그런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편안함을 만끽하곤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고소한 황태 굽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연탄불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지는 황태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 슈퍼 한 켠에 자리 잡은 테이블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다행히 구석 자리에 빈자리가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아, 망설임 없이 황태구이와 맥주를 주문했다.

초원슈퍼의 맥주 냉장고
가맥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초원슈퍼의 맥주 냉장고

맥주를 주문하자, 사장님은 능숙한 솜씨로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건네주셨다. 투명한 유리 문 너머로 빼곡하게 들어찬 맥주들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카스, 테라, 하이트…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있었지만, 나는 늘 마시던 카스를 선택했다. 병따개로 ‘톡’ 소리 나게 맥주 병을 따고, 시원하게 목을 축이니 비로소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구이가 나왔다. 나무 도마 위에 큼지막하게 펼쳐진 황태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황태는 젓가락으로 찢는 순간, 그 결이 그대로 느껴졌다. 석쇠에 긁어 구웠다는 황태는 겉은 노릇노릇, 속은 포슬포슬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초원슈퍼 황태구이의 비법은 바로 특별한 소스에 있다. 간장과 고추를 넣어 만든 매콤한 소스마요네즈에 간장, 설탕, 고추를 더한 달콤한 소스, 이렇게 두 가지가 제공된다.

초원슈퍼의 황태구이와 소스
겉바속촉 황태구이와 초원슈퍼만의 특제 소스

나는 먼저 황태를 매콤한 소스에 듬뿍 찍어 맛보았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황태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어서 달콤한 소스에도 찍어 먹어보니, 부드러운 마요네즈와 황태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소스에는 파가 듬뿍 들어가 있어, 신선하고 향긋한 풍미를 더했다.

황태 한 점, 맥주 한 모금. 이 단순한 조합이 왜 이리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마도 초원슈퍼만의 분위기와 인심 덕분일 것이다.

초원슈퍼의 황태구이 한 상차림
푸짐한 황태구이 한 상과 시원한 맥주

벽에 기대어 앉아 황태를 뜯고 있노라니, 마치 어릴 적 동네 슈퍼에서 친구들과 과자를 나눠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 시끌벅적하지만 편안한 공기가 이곳 초원슈퍼의 매력이다.

사실 초원슈퍼의 메뉴는 그리 다양하지 않다. 황태구이 외에 쥐포, 계란말이 등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태를 메인으로 주문한다. 나 역시 초원슈퍼에 오면 늘 황태를 시킨다. 다른 메뉴도 맛보았지만, 이곳 황태만큼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간 친구는 쥐포도 먹어보고 싶다고 하여, 쥐포 한 장을 추가로 주문했다. 노릇하게 구워져 나온 쥐포는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왠지 황태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역시 초원슈퍼에서는 황태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황태를 먹다 보니, 어느새 맥주병이 하나 둘씩 늘어갔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조차도, 초원슈퍼에서는 맥주가 술술 넘어갔다.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안주, 그리고 좋은 사람들.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있을까.

초원슈퍼는 사장님 내외의 따뜻한 인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넉넉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사장님은 마치 동네 어르신처럼 푸근한 느낌을 준다. “황태 더 줄까?” , “맥주 시원하게 한 병 더 가져다줄게” , “오늘 하루 고생 많았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벽 한쪽에는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낙서들이 가득했다.
“황태 최고!”, “사장님 덕분에 행복합니다”, “전주에 오면 꼭 들러야 할 곳” 등 다양한 메시지들이 눈에 띄었다.
나 역시 펜을 들어, 초원슈퍼에 대한 나의 감정을 짧게나마 남겨두었다.

시간이 늦어지자,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 역시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황태 한 마리에 13,000원, 쥐포 한 장에 3,000원, 맥주 한 병에 3,500원. 저렴한 가격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초원슈퍼의 메뉴
착한 가격의 메뉴판

“다음에 또 올게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다.
어둑한 골목길을 걸으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다시 초원슈퍼에 들러, 맛있는 황태와 시원한 맥주를 즐길 날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초원슈퍼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낭만을 파는 곳이다. 화려하고 세련된 레스토랑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공간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전주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완산경찰서 옆 골목길에 숨어있는 초원슈퍼에 꼭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맥집이지만, 초원슈퍼는 그 이상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안주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가끔은 화려한 맛집보다,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초원슈퍼는 내게 일깨워주었다.

돌아오는 길,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맑고 깨끗한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초원슈퍼에서 맛본 황태의 여운과 함께,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초원슈퍼의 소스
파가 듬뿍 들어간 초원슈퍼 특제 소스
초원슈퍼의 한 상차림
친구와 함께 푸짐한 한 상
황태구이와 과자
맥주와 황태, 그리고 과자의 조합
초원슈퍼의 황태
결대로 찢어 먹는 황태
초원슈퍼 황태 단면
결대로 찢어지는 황태의 단면
초원슈퍼 황태구이 근접샷
초원슈퍼 황태구이 근접샷
초원슈퍼 메뉴
초원슈퍼 메뉴
초원슈퍼 내부
초원슈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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