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풍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길가에 핀 코스모스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문득,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스한 밥상이 그리워졌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텍폴, 그곳에 자리 잡은 ‘곤지곤지’라는 맛집에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 보기로 한 것이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앞은 여전히 북적였다. 넓은 주차장이 거의 가득 차 있는 모습에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분수대가 있는 작은 정원을 거닐었다. 잔잔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복잡한 마음을 달랬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커다란 나무가 실내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하는 인테리어였다. 홀 외에도 룸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손님이나 어른들을 모시고 오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손님이 워낙 많아서인지 매장 안은 다소 소란스러웠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강된장 보리밥, 곤드레 돌솥밥, 영양돌솥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가장 기본인 강된장 보리밥을 주문했다. 8,000원이라는 가격에 푸짐한 한 상 차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추가로 고등어구이(5,000원)도 함께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쟁반 가득 담긴 다채로운 반찬들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리밥, 그리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강된장까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밥상을 받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반찬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나물들은 색감도 어찌나 고운지, 보기만 해도 입맛이 절로 다셔졌다. 콩나물, 무생채, 고사리, 톳나물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작은 정원을 연상케 했다. 특히, 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취나물은 향긋한 봄 내음을 가득 담고 있는 듯했다.

강된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듬뿍 들어간 채소들이 신선함을 더했다. 된장찌개도 함께 나왔는데,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살짝 매콤한 맛이 가미되어 있어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커다란 대접에 보리밥을 넣고, 갖가지 나물들을 듬뿍 올린 후, 강된장을 넉넉하게 넣었다.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크게 맛보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톡톡 터지는 보리밥의 식감과 향긋한 나물, 그리고 짭짤한 강된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강된장은 꽤 매콤한 편이었는데,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혹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면, 강된장의 양을 조절해서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된장찌개는 슴슴한 맛이라, 비빔밥과 함께 먹으니 간이 딱 맞았다.
함께 주문한 고등어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한 간이 배어 있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특히, 큼지막한 크기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몇 후기에서 언급된 것처럼, 손님이 많을 때는 다소 정신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또한, 테이블이 넓지 않아 반찬을 모두 올려놓기가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솥밥 메뉴를 시키면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테이블 공간이 부족해서 추가 메뉴를 시키기가 망설여질 정도였다. 그리고 일부 방문객들은 직원들의 응대가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바쁜 시간대라 그런 것인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곤지곤지는 충분히 재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정갈한 음식들이 훌륭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맛이라, 어른들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도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입구에 놓인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었다. 은은한 커피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졌다. 곤지곤지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텍폴에서 만난 곤지곤지는, 소박하지만 정갈한 밥상으로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곳이었다.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건강하고 정직한 맛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에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 때는 곤드레 돌솥밥에 버섯전도 추가해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석양이 뉘엿뉘엿 지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오늘 곤지곤지에서 맛본 따뜻한 밥상 덕분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고향의 정취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텍폴 지역명에서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찾는다면, 곤지곤지를 맛집 리스트에 꼭 추가하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