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으로 향하는 아침, 낡은 카메라 렌즈처럼 흐릿했던 기억들이 하나둘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도시의 골목길을 걷는 낭만, 짭조름한 바다 내음,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설레게 한 건 째보식당의 간장 모둠이었다. 친구가 군산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던 그곳. 100km 넘는 거리를 달려 도착한 째보식당은, 기대 이상의 맛과 향으로 나를 맞이했다.
새하얀 벽돌로 지어진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따스한 조명이 발길을 이끌었다. 마침 문이 활짝 열려 있어 내부가 훤히 보였는데, 테이블마다 놓인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주말 저녁 시간이라 웨이팅은 예상했지만,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미리 정독했다. 째보간장모둠, 꽃게라면, 날치알 꼬막 비빔밥… 하나같이 맛깔스러워 보이는 메뉴들 덕분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간장 모둠은 꽃게, 전복, 새우, 소라, 연어까지 다양한 해산물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 간 간격은 조금 좁았지만, 오히려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벽 한쪽에는 방문객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저마다의 추억을 담은 사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째보간장모둠 2인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장 모둠이 눈앞에 펼쳐졌다. 탄성을 자아낼 만큼 화려한 비주얼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간장 게장, 뽀얀 속살을 드러낸 전복, 탱글탱글한 새우, 큼지막한 소라, 그리고 선홍빛 연어까지. 마치 보석을 담아 놓은 듯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장 먼저 간장 게장부터 맛봤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간장 양념이 게살 깊숙이 배어 있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그동안 먹어왔던 게장과는 차원이 달랐다. 특히 게딱지에 붙어있는 내장은 녹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 한 숟갈을 듬뿍 떠서 게딱지에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번에는 전복을 맛볼 차례.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바다 향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간장 양념이 과하지 않아 전복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탱글탱글한 새우는 껍질을 벗겨 한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있었다. 새우 특유의 달콤함과 간장 양념의 조화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소라는 큼지막한 껍데기 안에 숨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꺼내 먹으니, 꼬득꼬득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다른 해산물과는 또 다른 풍미를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연어를 맛봤다.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지방의 조화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간장 양념이 살짝 더해져 느끼함은 전혀 없었다. 함께 제공된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으니, 알싸한 맛이 연어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간장 모둠과 함께 꽃게라면도 주문했다. 붉은 국물 위로 큼지막한 꽃게 한 마리가 통째로 올려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갔다. 면발은 쫄깃했고,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했다. 꽃게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 덕분에,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째보식당에서는 김에 밥과 해산물을 싸 먹는 것도 별미였다. 김은 짭짤한 조미김이 아닌, 담백한 맛의 김이었다. 간장 모둠의 짭조름한 맛과 김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밑반찬은 김치와 미소국이 전부였지만, 메인 요리가 워낙 훌륭해서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깔끔한 밑반찬 덕분에 해산물 본연의 맛을 더욱 집중해서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포장 메뉴 견본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째보간장모둠은 물론, 연어장, 새우장 등 다양한 메뉴를 포장 판매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째보간장모둠 1인분을 포장했다.
째보식당에서의 식사는, 군산 여행의 만족도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신선한 해산물과 정갈한 음식,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다음에 군산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째보식당을 나서, 초원사진관으로 향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은, 째보식당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째보식당에서 포장해온 간장 모둠 냄새가 가득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갓 만든 것처럼 신선한 모습 그대로였다. 저녁으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째보식당에서 먹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며칠 후, 초등학생 아들 둘과 함께 째보식당을 다시 찾았다. 아이들은 간장 모둠 세트를 먹어보더니, 군산 맛집 중에서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특히 날치알이 듬뿍 들어간 꼬막 비빔밥은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아내는 신선한 게가 들어간 꽃게라면이 향긋하고 시원하다며 좋아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군산의 보물 같은 곳이었다.
째보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맛과 추억, 그리고 행복이 있었다. 군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째보식당에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총평
째보식당은 신선한 해산물과 짜지 않은 간장 양념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이다. 특히 간장 모둠은 다양한 해산물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꽃게라면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며, 날치알 꼬막 비빔밥은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군산 여행의 필수 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