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뜨끈하고 얼얼한 마라탕 국물이 간절해졌다.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계명대 근처의 작은 마라탕집, ‘구들’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학교 앞 골목, 2층에 자리 잡은 ‘구들’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강렬한 네온사인 간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홍콩의 어느 뒷골목에 들어선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자, 쨍한 붉은색과 초록색의 조화가 인상적인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낡은 듯 빈티지한 소품들과 홍콩 영화 포스터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귓가에는 80년대 홍콩 영화에서 흘러나올 법한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낯선 공간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홍콩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인테리어는, 맛있는 마라탕을 맛보기 전부터 이미 만족감을 높여주었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살펴보니, 마라탕뿐만 아니라 마라샹궈, 꿔바로우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라탕은 맵기 조절이 가능했는데,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를 위해 0단계부터 3단계까지 세심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게다가 마라 맛과 땅콩소스의 양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섬세한 배려 덕분에, 나는 내 입맛에 딱 맞는 마라탕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마라탕을 주문하는 방식은 여느 마라탕 집과 같았다. 스테인리스 볼에 원하는 재료를 가득 담아 무게를 재고, 맵기를 선택하면 끝. 숙주, 청경채, 배추, 버섯 등 신선한 채소들과 쫄깃한 면, 푸짐한 두부, 다양한 종류의 꼬치까지, 재료 선택의 폭이 넓어 좋았다. 특히, 연근 모양의 분모자가 눈에 띄었는데, 왠지 쫀득한 식감이 기대되었다. 재료를 고르는 동안에도, 매장 곳곳에 배치된 홍콩풍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라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재료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나는 0단계에 땅콩 소스를 살짝 추가했는데,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느껴졌다. 은은한 마라 향과 땅콩 소스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맛을 냈다. 향에 민감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쫄깃한 분모자와 아삭한 숙주, 부드러운 두부 등 다양한 식감의 조화도 훌륭했다. 특히, 연근 모양 분모자는 쫄깃하면서도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마라탕을 먹는 중간중간, 무료로 제공되는 밥을 곁들여 먹으니 더욱 든든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과 얼큰한 마라탕 국물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라탕과 함께 ‘구들’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꿔바로우도 주문했다. 갓 튀겨져 나온 꿔바로우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새콤달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튀김옷 속에서 쫄깃한 돼지고기가 씹혔다. 튀김옷은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함을 유지했는데, 그 비결이 궁금했다. 꿔바로우 소스 또한 너무 시거나 달지 않고, 딱 적당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꿔바로우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구들’에서는 리뷰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영수증 리뷰를 작성하면 멘보샤, 타코야끼, 새우튀김 중 하나를 서비스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나는 멘보샤를 선택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멘보샤는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빵 사이에 다진 새우 살이 가득 차 있어 풍성한 식감을 자랑했다. 멘보샤를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새우 향은 정말 황홀했다.

‘구들’은 맛뿐만 아니라,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덕분에 편안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늦은 점심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은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재료들도 신선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구들’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왠지 모르게 에너지가 충전된 기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행복한 경험을 했다. 마치 홍콩 여행을 다녀온 듯한 특별한 기분은, 며칠 동안이나 잊히지 않았다.

계명대 근처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혹은 특별한 분위기에서 마라탕을 즐기고 싶다면, ‘구들’을 강력 추천한다. ‘구들’에서는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홍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마라샹궈와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그때는 좀 더 매운 단계에 도전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