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어느 날, 바다 내음 가득한 곳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고 싶다는 강렬한 이끌림에 충남 서천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로지 하나, 지인들의 입을 통해 익히 들어왔던 쭈꾸미 맛집, ‘서산회관’이었다. 마량포구의 갯벌이 눈 앞에 펼쳐진다는 이야기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차가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서서히 나아갈수록, 도시의 소음은 점점 잦아들고 대신 짭짤한 바다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드디어 ‘서산회관’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앙증맞은 쭈꾸미 캐릭터가 미소를 짓는 듯했다. 커다란 글씨로 쓰여진 ‘회관’ 두 글자가 어딘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다행히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탁 트인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쭈꾸미 철판 볶음과 샤브샤브, 낙지 탕탕이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서산회관의 간판 메뉴이자, 수많은 이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쭈꾸미 철판 볶음’이었다. 쭈꾸미 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맛이 너무나 궁금했다. 4명이 방문했기에 쭈꾸미 볶음 대자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채웠다. 김치와 나물류는 간이 딱 맞았고, 신선함이 느껴졌다. 특히 깻잎의 향긋함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반찬은 미리 만들어 놓은 듯 약간 말라 있었다. 하지만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컸기에,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쭈꾸미 철판 볶음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철판 가득 담긴 쭈꾸미와 미나리, 양파, 당근 등의 채소가 강렬한 붉은 양념과 어우러져 시각적인 황홀경을 선사했다. 쭈꾸미는 이미 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었고,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은 침샘을 자극하며, 나를 걷잡을 수 없는 식욕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철판이 달궈지기 시작하자, 쭈꾸미와 채소는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익어갔다. 붉었던 양념은 점점 진한 갈색으로 변해갔고, 매콤한 향은 더욱 강렬해졌다. 젓가락을 들고 쭈꾸미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쭈꾸미의 식감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황홀한 맛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나리의 향긋함이었다. 쭈꾸미와 함께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미나리는 볶음 요리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쭈꾸미의 쫄깃함, 미나리의 향긋함, 그리고 매콤한 양념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서산회관 쭈꾸미 볶음의 비법은 무엇일까? 곰곰이 맛을 음미해보니, 다른 쭈꾸미 볶음과는 달리 과도한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위적인 단맛 대신, 후추와 들깨 가루를 사용한 듯한 독특한 풍미가 느껴졌다. 이 특별한 양념 덕분에 쭈꾸미 본연의 맛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었다.
넷이서 쭈꾸미 볶음 대자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쭈꾸미 볶음의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 아니겠는가. 남은 양념에 김 가루와 참기름을 듬뿍 넣고 볶아낸 볶음밥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쭈꾸미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볶음밥은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숟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특히 살짝 눌어붙은 볶음밥은 바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벽면에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서산회관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특히 백반기행에 출연했다는 사실은 서산회관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계산을 하는 동안, 친절한 직원분들의 응대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팁이라도 드리고 싶을 만큼 친절했다는 후기가 사실이었다.
서산회관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경험이었다. 신선한 쭈꾸미와 향긋한 미나리의 조화, 그리고 탁 트인 바다 풍경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식사를 선사했다. 서천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서산회관을 다시 찾을 것이다. 다음번에는 꼭 쭈꾸미 샤브샤브에 도전해봐야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쭈꾸미 철이 아닐 때는 쭈꾸미의 알이 꽉 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쭈꾸미 자체의 신선함과 쫄깃한 식감은 변함없이 훌륭했다. 그리고 메뉴 주문 시, 1인분 추가가 불가능하고 무조건 대 또는 소로 주문해야 한다는 점도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쭈꾸미 볶음의 압도적인 맛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서산회관을 나서며, 탁 트인 서해 바다를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짭짤한 바다 내음과 함께, 쭈꾸미 볶음의 매콤한 향이 코끝에 맴도는 듯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서산회관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서천 맛집 중 하나다. 쭈꾸미 철판 볶음 한 입에, 서해의 지역명 풍경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