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전통주 한 잔, 행궁동에서 찾은 인생 맛집

수원 행궁동, 그 좁다란 행리단길을 걷는 건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낡은 건물들 사이사이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공간들을 발견하는 재미,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무월’이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미 30분 웨이팅은 기본이라는 이야기에 살짝 긴장했지만, 이 정도 기다림쯤이야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흘끗 보이는 가게 안 풍경은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은은한 조명 아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맛있는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1층 중앙에 떠 있는 거대한 달 조형물이었다. 마치 밤하늘 아래에서 술을 마시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선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1층과 2층으로 나뉜 공간은 각각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1층은 달 조형물을 중심으로 아늑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였고, 2층은 통창 너머로 보이는 장안문 뷰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수원 화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는 1층 달 조형물이 더 잘 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무월 내부 인테리어 - 달 조형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달 조형물.

자리에 앉아 태블릿 메뉴판을 살펴보니, 막걸리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뭘 마셔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는데, 직원분께 추천을 부탁드리니 ‘리코타 치즈 막걸리’를 적극 추천해주셨다. 평소에도 치즈를 즐겨 먹는 나에게는 그 이름부터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잠시 후, 기다리던 리코타 치즈 막걸리가 나왔다. 뽀얀 빛깔의 막걸리 위에는 마치 눈처럼 하얀 리코타 치즈가 소복하게 올려져 있었다. 마치 디저트 같은 비주얼에 микроб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리코타 치즈 막걸리
달콤함이 깃든 ‘리코타 치즈 막걸리’.

조심스럽게 막걸리 잔에 따라 한 모금 마셔보니, 입안 가득 부드러운 치즈의 풍미와 달콤한 막걸리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마치 요거트를 마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부드러웠고, 술술 넘어가는 목 넘김이 정말 좋았다. 왜 다들 리코타 치즈 막걸리를 추천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맛이었다.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막걸리와 함께 곁들일 안주로는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직원분의 추천을 받아 ‘치즈 불고기 감자전’과 ‘문어숙회’를 주문했다. 잠시 후,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의 안주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치즈 불고기 감자전은 얇게 채 썬 감자 위에 불고기와 치즈를 듬뿍 올려 구워낸 퓨전 음식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감자전 위에 달콤 짭짤한 불고기와 고소한 치즈가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자랑했다. 마치 피자를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전통적인 감자전의 변신이 정말 놀라웠다.

치즈 불고기 감자전
퓨전 스타일의 ‘치즈 불고기 감자전’.

문어숙회는 신선한 문어를 얇게 썰어 야채와 함께 내어졌다. 쫄깃쫄깃한 문어의 식감도 좋았지만, 특히 함께 나온 특제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문어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석화
신선함이 느껴지는 겨울 제철 석화.

최근 방문한 사람들은 겨울 제철을 맞아 석화와 대방어회도 많이 찾는 듯했다. 싱싱한 굴에 초장 살짝, 레몬즙 살짝 뿌려 입안에 넣으면 바다 향이 가득 퍼지는 그 맛은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대방어회 역시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진다. 곁들여 나오는 김, 묵은지, 와사비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꼭 한번 맛봐야겠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분위기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데이트를 즐기러 온 연인들, 친구들과의 모임을 즐기는 사람들,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무월’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정말 누구와 함께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기가 많은 곳이다 보니 사람이 많아 다소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시간대를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안주 C 세트를 시킨 손님 중에는 낚지볶음, 보쌈, 고추튀김의 퀄리티에 다소 아쉬움을 느낀 경우도 있다고 하니, 메뉴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상쇄할 만큼 ‘무월’은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 아름다운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리코타 치즈 막걸리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수원 행궁동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무월’에 들러 특별한 시간을 보내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시원한 밤공기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은은한 달빛 아래 빛나는 행궁동 거리를 걸으며, 오늘 ‘무월’에서 보낸 시간들을 되새겼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아름다운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곳, ‘무월’. 이곳은 앞으로 나의 수원 행궁동 단골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무월 내부 인테리어 - 달 조형물
다양한 연령대가 즐기기 좋은 행궁동 술집 ‘무월’.

총평:

* 분위기: 몽환적이고 아늑한 분위기 (1층 달 조형물), 시원한 장안문 뷰 (2층 창가)
* 맛: 퓨전 한식 안주와 다양한 막걸리의 조화, 리코타 치즈 막걸리 강력 추천
* 가격: 가성비 좋은 세트 메뉴 구성
* 서비스: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
* 추천 메뉴: 리코타 치즈 막걸리, 치즈 불고기 감자전, 문어숙회, (겨울) 석화, 대방어회
* 팁: 사람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음

대방어회
겨울에 맛봐야 제 맛, 대방어회.
수육전골
깊고 진한 국물이 일품인 수육전골.
대방어회
신선한 재료들이 눈을 사로잡는 대방어회 한 상.
다양한 메뉴
석화와 감자전의 조화.
수육전골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수육전골.
문어 샐러드
상큼한 맛이 일품인 문어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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