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역시 맛집 리스트를 채워나갈 때다. 푸른 바다를 닮은 싱싱한 해산물 요리들은 언제나 여행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선채향’이었다. 전복죽과 전복칼국수, 단 두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이곳은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숨겨진 맛집였다. 특히 진한 전복 내장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전복죽이 그렇게 맛있다는 평에, 망설임 없이 나의 맛집 지도에 핀을 꽂았다.
아침 일찍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으로 차를 몰아 도착한 ‘선채향’은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외관이었다. 검은색 지붕과 돌담이 어우러진 모습이 제주도의 전통 가옥을 연상시켰다. 마치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테이블링 앱으로 미리 원격 줄서기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던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왕 온 거 기다려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앞에 사계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푸른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기다림이 지루할 틈도 없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5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깔끔하고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벽에는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따뜻한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는 공간은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메뉴는 단 두 가지, 전복죽과 전복칼국수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전복죽과 전복칼국수를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놓였다. 김치, 오징어 젓갈, 그리고 양파 절임. 소박하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양파 절임은 새콤달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복칼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싱싱한 전복과 미역, 김 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쫄깃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미역의 시원함과 전복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면발은 쫄깃쫄깃했고, 전복은 부드럽고 쫄깃했다. 특히 칼국수에 들어간 청양고추가 느끼함을 잡아주어, 끝까지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칼국수를 어느 정도 먹었을 때,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전복죽이 등장했다. 짙은 녹색 빛깔을 띠는 전복죽은 보기만 해도 그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듯했다. 전복 내장을 아낌없이 넣어 만든 전복죽은, 일반적인 전복죽과는 차원이 다른 비주얼을 자랑했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서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전복의 풍미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진하고 고소한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전복죽은, 그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오징어 젓갈과 함께 먹으니 더욱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톡톡 터지는 오징어 젓갈의 식감과 짭짤한 맛이 전복죽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주었다.

사장님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듯했다.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네시며, 음식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셨다. 특히 전복죽은 칼국수보다 맛이 더 진하기 때문에, 칼국수를 먼저 먹고 전복죽을 먹는 것이 좋다고 추천해주셨다.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위트 넘치는 입담 덕분에, 더욱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전복죽을 그다지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 특유의 비린 맛 때문에, 몇 숟가락 뜨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선채향’의 전복죽은 달랐다.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전복 내장을 아낌없이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는지 정말 신기했다. 재료의 신선함과 사장님의 뛰어난 요리 솜씨가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다음에 또 오세요!”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선채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정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선채향’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짙은 녹색 빛깔의 전복죽은, 지금껏 먹어본 전복죽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제주도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선채향’은 반드시 다시 들러야 할 곳이다. 그때는 꼭 전복물회도 맛봐야지.
아름다운 사계 해변을 바라보며 맛있는 전복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 ‘선채향’. 제주 안덕면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긴 웨이팅은 감수해야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인생 전복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못할 제주 미식 여행의 추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