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오겹살 생각에 무작정 청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산남동,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맛있는 기운이 감도는 동네. 좁다란 골목을 헤매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간판은 수수했지만,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는 예사롭지 않았다. 월요일은 휴무라는 안내 문구가 어쩐지 모르게 더욱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마치 오랜 시간 기다려온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큼지막한 메뉴판이 흑판에 분필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통오겹살과 통목살, 단 두 가지 메뉴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집의 내공을 짐작하게 했다. 최소 3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는 문구를 확인하고, 나는 망설임 없이 통오겹살 3인분을 주문했다. 혼자였지만, 이 정도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밑반찬들이 쏜살같이 테이블 위를 채웠다. 쌈 채소는 싱싱했고, 특히 얇게 저민 생강이 눈에 띄었다. 짭짤하게 볶아진 묵은지와 깻잎 장아찌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앙증맞은 종지에 담긴 와사비와 마요네즈는 이 집만의 특별한 소스 조합을 예감하게 했다. 곧이어 뜨끈한 된장국이 나왔는데, 둥둥 떠다니는 건 두부가 아닌 버섯이었다. 평범한 된장국에 버섯을 넣어 차별화를 꾀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통오겹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오겹살은 선홍빛 자태를 뽐내며 숙성된 풍미를 예고했다.
적당히 섞인 비계는 고소한 맛을 더할 것 같았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분들이 고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구워준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젓가락만 들고 기다릴 수 있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불판 앞에서,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뒤집고 잘랐다. 고기가 익어갈수록, 육즙이 좔좔 흐르는 모습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마치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드디어, 첫 점을 맛볼 시간. 잘 익은 오겹살 한 점을 집어, 와사비와 마요네즈를 섞은 특제 소스에 듬뿍 찍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입 안으로 직행.
입 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고소한 풍미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숙성된 고기 특유의 부드러움은 혀를 감쌌고, 비계의 쫀득함은 식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와사비의 알싸함과 마요네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소스는, 오겹살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것은 단순한 오겹살이 아니었다. 인생 오겹살이었다.

깻잎 장아찌에 싸 먹으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싱싱한 상추에 쌈무와 구운 김치를 넣고, 오겹살 한 점을 올려 쌈을 싸 먹으니, 입 안에서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졌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오겹살을 폭풍 흡입했다. 혼자 왔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오겹살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어느덧, 불판 위에는 얼마 남지 않은 오겹살만이 남아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 한 점까지 정성껏 음미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행복감이 가득 차올랐다.
이곳은 단순한 고깃집이 아니었다.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그런 특별한 공간이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하여,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가게를 나섰다. 가게를 나서는 순간까지, 훈훈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산남동, 청주의 숨겨진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최고의 고기 맛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완벽한 공간이었다.
청주에 다시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여, 이 행복한 맛을 함께 나누고 싶다.

혹시 청주 산남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이 집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단, 가게가 그리 크지 않으니,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오겹살은,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당장 청주행 버스에 몸을 싣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망설이지 마시라. 맛있는 오겹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청주 산남동에서, 인생 오겹살을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