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의 푸른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새벽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차창 밖 풍경이 바뀌는 동안, 마음은 점점 더 설렘으로 가득 찼다. 목적지는 다름 아닌 장성 축령산 자락에 자리 잡은, 소박하지만 정갈한 맛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백련동 시골밥상”이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산행 전후로 들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식당 앞에 다다르니, 붉은색 철골 구조가 인상적인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과 어우러져 자연 속에 폭 안긴 듯한 아늑한 느낌을 자아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규모가 꽤 컸다. 건물 외벽에는 메뉴와 가격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는데, ‘3년 묵은 김치’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왠지 모르게 깊은 맛이 느껴질 것 같은 기대감이 샘솟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실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로 마감된 벽과 테이블, 은은한 조명이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한쪽 벽면에는 식당의 역사를 담은 듯한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유명인들의 방문을 기념하는 사인이 가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인의 밥상’ 촬영 인증 사진이었다.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역시, 내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식사 메뉴는 크게 ‘시골밥상(6,000원)’과 ‘시골셰프정식(18,000원)’으로 나뉘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좀 더 푸짐하게 즐기고 싶어 ‘시골셰프정식’을 주문했다. 콩비지, 코다리조림, 떡갈비, 흑임자두부 등 다채로운 메뉴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계절 음식인 토란의 맛이 궁금해졌다.

주문 후, 식당 한쪽에 마련된 셀프바로 향했다. 샐러드바에는 신선한 채소와 나물, 김치 등 다양한 반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얼핏 봐도 재료들이 싱싱해 보였다. 알고 보니, 식당에서 직접 농사짓거나 주변 농가에서 공수한 로컬푸드라고 한다. 샐프바 한켠에는 “이 테이블의 음식들은 그날 상황에 따라 준비된 음식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계속 채워지는 음식들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놓여져 있었다. 정해진 메뉴가 아닌, 그날의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다.
접시에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을 조금씩 담아 자리에 돌아오니, 어느새 메인 요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떡갈비,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는 코다리조림,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흑임자두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토란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갔다.
가장 먼저 떡갈비부터 맛보았다.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 짭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육즙은 떡갈비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었다. 밥 위에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다음으로는 코다리조림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매콤한 양념이 코다리 속까지 깊숙이 배어 있어, 입안 가득 매콤한 풍미가 퍼져 나갔다. 쫄깃한 코다리 살은 씹는 재미를 더했고, 밥과 함께 먹으니 매운맛이 중화되면서 더욱 맛있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흑임자두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고소한 흑임자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입안을 즐겁게 했다. 함께 나온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콩비지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뜨끈한 밥에 비벼 먹으니,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기대했던 토란은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부드러운, 독특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은은한 단맛과 향긋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토란 특유의 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계절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제맛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특히 3년 묵은 김치는 깊은 맛과 풍미가 남달랐다. 적당히 숙성되어 톡 쏘는 듯한 맛이 일품이었다. 함께 나온 수육과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파김치, 묵은지, 생선 등 다른 반찬들도 하나같이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6천원짜리 시골밥상에 떡갈비를 추가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시골밥상을 시키면 셀프바를 이용할 수 있고 수육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드디어 시골밥상이 나왔다. 6천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이었다. 수육은 맛보기 용으로 조금 나왔지만, 6천원에 수육까지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다시 샐러드바로 가서 좋아하는 반찬들을 듬뿍 담아왔다. 이번에는 아까 먹어보지 못했던 도토리묵에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쫄깃한 도토리묵에 매콤한 양념이 더해져,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쌈 채소에 밥과 반찬, 쌈장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등산객들부터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셰프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고,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이었다. 그의 밝은 미소와 친절한 서비스는 식사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식당 한쪽 벽면에는 젊은 셰프의 사진과 함께 그의 이야기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는 로컬푸드 운동가로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리라.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3년 묵은 김치와 흑임자두부를 포장해왔다. 집에서도 이 맛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식당 앞에는 편백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었다. 편백 향수, 샴푸 등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편백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 축령산 편백 숲길을 잠시 걸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시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숲길을 따라 걷는 동안,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행복했던 오늘 하루를 되새김질했다.
백련동 시골밥상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아름다운 경치와 따뜻한 정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장성 축령산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집밥처럼 푸근한 한 끼 식사를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팁! 주말 점심시간에는 등산객들로 붐벼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조금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식당 주변에는 편백 숲길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든든한 맛집을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장성 맛집 백련동 시골밥상, 오래도록 기억될 행복한 식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