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강원도 홍천 여행.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언제나 설렘을 안겨준다. 목적지는 라비에벨 CC 근처, 지인들에게 입소문으로만 듣던 원소리막국수였다. 40년 전 홍천에서 맛보았던 막국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이야기에, 어린 시절 할머니 손맛을 그리워하는 나는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았다.
가게 앞에 다다르자,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쨍한 하늘 아래, 붉은 잎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가게 앞으로 넓게 펼쳐진 주차장은 넉넉해서 주차 걱정은 없을 듯했다. 외관은 소박했지만, 간판에 쓰인 ‘Since 1990’이라는 문구에서 오랜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과 건물은 왠지 모를 푸근함을 느끼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졌다. 한쪽 벽면에는 메뉴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막국수 외에도 촌두부, 두부전골, 오리양념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막국수와 촌두부를 주문했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쪽에 놓여있어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한쪽 벽에는 방문객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시골집에 방문한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막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막국수 위에는 김 가루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얇게 채 썬 오이와 계란 지단이 색감을 더했다. 40년 전 방식 그대로, 직접 뽑은 막국수 면 위에 양념장이 올려져 나왔다. 테이블 위에는 들기름, 설탕, 냉육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취향에 맞게 넣어 비벼 먹는 방식이 옛스러움을 더했다.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설탕을 살짝 뿌린 후 냉육수를 자작하게 부었다. 젓가락으로 면과 양념을 골고루 비비니, 고소한 들기름 향이 코를 자극했다. 드디어 첫 입! 쫄깃한 면발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안에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시판 육수를 사용한 듯한 냉육수는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40년 전 홍천에서 먹던 막국수 맛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양념장을 더 넣어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슴슴한 맛을 좋아해서, 양념장을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
막국수와 함께 주문한 촌두부도 나왔다. 따뜻하게 데워져 나온 촌두부는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큼지막하게 잘라, 김치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고소한 두부와 새콤한 김치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정신없이 막국수와 촌두부를 먹고 나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직접 재배한 밤을 판매하고 계셨다. 가을에 방문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밤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밤은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원소리막국수는 20년째 매년 방문하는 단골손님도 있을 정도로, 변함없는 맛과 옛 정취를 자랑하는 곳이라고 한다. 라비에벨 CC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홍천 맛집이라고.
아쉬운 점도 물론 있었다. 두부전골에 참기름이 살짝 쩐 맛이 느껴진다는 후기도 있었다. 막국수 면이 미끄덩거리는 느낌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가 좋았다.

원소리막국수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40년 전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막국수 맛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홍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게를 나서며 다시 한번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바라보았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잎들이 아름다웠다. 원소리막국수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