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낸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했다. 이런 날은 집에서 뒹굴 거릴 수 없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기장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시리아 이케아 근처에 자리 잡은 라멘 전문점, ‘마츠도’였다. 사실, 부산에서 라멘으로 꽤나 유명한 ‘나가하마만게츠’의 세컨드 브랜드라는 이야기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평소 흔하게 접하기 힘든 미소라멘을 전문으로 한다니, 이건 꼭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붉은색 어닝에 흰 글씨로 적힌 ‘MISORAMEN’이라는 간판이 왠지 모르게 일본 현지의 작은 라멘집을 연상시켰다.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따뜻한 조명 아래, 라멘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식욕을 자극했다.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소라멘이었다. 얇은 면과 굵은 면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왠지 얇은 면보다는 굵은 면이 미소라멘 특유의 깊은 맛을 더 잘 살려줄 것 같아 굵은 면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아부라소바와 마파두부면도 함께 주문했다.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은 욕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소라멘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윤기가 흐르는 차슈와 먹음직스러운 토핑들이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다. 전립분이 박혀있는 듯한 면발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비주얼만으로도 이미 합격점을 주고 싶을 만큼 완벽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서 맛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 진하고 구수한 미소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마치 삿포로의 어느 골목길 라멘집에서 맛보았던 바로 그 맛이었다.

미소라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친구와 함께 갔는데, 내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한 입 맛보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미소라멘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미소라멘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폭풍 흡입하는 모습에 괜스레 뿌듯함이 느껴졌다. 굵은 면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진한 미소 국물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다음으로 맛본 메뉴는 아부라소바 매운맛이었다. 매콤한 양념이 면에 잘 배어들어 입맛을 돋우는 맛이었다.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계속 당기는 맛이랄까. 자극적인 스타일이라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마파두부면도 맛보았다. 마라 스타일의 마파두부 소스가 면과 어우러져 꽤나 만족스러웠다. 함께 제공되는 밥에 비벼 먹으니 든든함까지 더해졌다. 중간중간 함께 나오는 다시 국물을 마셔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메뉴가 훌륭했지만, 역시 마츠도의 대표 메뉴는 미소라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메뉴들도 맛있었지만, 미소라멘의 깊은 풍미는 잊을 수가 없다. 국물을 계속 떠먹다 보니 살짝 느끼함이 느껴질 때쯤, 테이블에 놓인 후추와 시치미를 살짝 뿌려주니 다시 처음 먹는 것처럼 맛있었다.

다만, 차슈는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차슈를 기대했는데, 전자레인지에 데워져 나온 듯한 느낌이 들어 살짝 아쉬웠다. 아지타마고 역시 너무 달아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맛 덕분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렌즈를 착용하는 나를 위해 렌즈 클리너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마츠도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음에 기장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미소라멘에 차슈를 추가해서 먹어봐야겠다. 부산 에서 제대로 된 삿포로식 미소라멘을 맛보고 싶다면, 기장 마츠도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