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았던 그 낡은 식당의 풍경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법이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펼치듯, 아련한 기억 속 한편에 자리 잡은 맛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번에 찾은 곳은 청주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백로식당”, 한방 재료를 사용한 양념불고기로 유명한 곳이다. 청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어쩌면 잊고 지냈을 그 이름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토요일, 늦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식당 앞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다행히 뒷편 주차장에 자리가 남아있어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붐비는 시간대를 살짝 피하니, 복잡함 없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어린 시절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넓은 홀에는 테이블이 가득 들어차 있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맛집의 활기가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Since 1976″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는데,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백로식당의 역사를 짐작게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이 빠르게 메뉴를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단일 메뉴, 한방양념불고기였다. 고민할 필요 없이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은빛 쟁반 위에 동그랗게 말린 냉동 삼겹살이 빨간 양념 옷을 입고 등장했다. 묽은 양념이 고기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이 어딘가 정겹게 느껴졌다. 언뜻 보면 평범한 제육볶음 같지만, 묘하게 끌리는 비주얼이었다.

밑반찬은 단출했다. 파절이와 상추, 쌈장이 전부. 하지만 묘하게 이 조합이 끌렸다. 특히, 새콤하게 무쳐진 파절이는 불고기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주셨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양념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상추에 올리고 파절이와 쌈장을 듬뿍 넣어 한 입 가득 쌈을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양념 맛, 그리고 아삭한 파절이의 식감이 어우러져 혀를 즐겁게 했다. 한방 재료가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특별히 한약 향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인 맛이었다.

고기를 먹는 동안, 직원분들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불판을 관리해주셨다. 손님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빠르고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불편함 없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느덧 불판 위에는 얼마 남지 않은 고기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백로식당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볶음밥이었으니까. 직원분께 볶음밥 1인분을 주문했다. 남은 양념에 김치와 김 가루, 밥을 넣고 슥슥 볶아주시는데, 그 모습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잘 볶아진 볶음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니, 환상적인 맛이 느껴졌다. 고기의 양념과 김치의 조화가 완벽했고, 김 가루의 고소함이 풍미를 더했다. 볶음밥을 먹으니, 왜 다들 볶음밥을 필수로 시키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볶음밥을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볶음밥과 함께 나오는 동치미 또한 시원하고 깔끔해서, 볶음밥의 매콤함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둘이서 불고기 2인분에 볶음밥 1인분, 그리고 공기밥 하나를 추가해서 먹으니 배가 든든했다. 계산을 하니 총 39,000원이 나왔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맛과 서비스를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당을 나서면서, 백로식당의 외관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낡은 벽돌 건물에 “Since 1976″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간판은, 오랜 세월 동안 청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백로식당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했다.

이번 백로식당 방문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익숙하고 정겨운 맛은 나를 과거로 이끌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또, 반찬이 다양하지 않고 가격이 다소 높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수할 만큼, 백로식당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청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혹은 잊고 지냈던 추억의 맛을 찾고 싶은 청주 시민들에게 백로식당을 추천한다. 뻔한 맛집 말고, 진정한 의미의 청주 맛집을 경험하고 싶다면, 백로식당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청주의 풍경을 바라보며, 백로식당에서 맛본 한방양념불고기의 여운을 곱씹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들에게도 백로식당은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일 테니까.

백로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청주의 숨은 맛집, 백로식당에서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