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향긋한 미나리가 맴도는 제주 태광식당에서 맛본 주물럭의 향수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창밖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짐을 챙기면서도, 비행기 티켓을 확인할 때도, 마음 한구석에는 제주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는 듯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마지막 식사만큼은 특별하게 장식하고 싶었다. 택시 기사님께 “혹시, 정말 제주도민들이 즐겨 찾는 숨겨진 맛집 없을까요?”라고 여쭤봤다. 잠시 생각하시던 기사님은 “글쎄, 요즘은 워낙 방송에 많이 나와서 숨겨진 곳이 있을랑가 모르겠네. 그래도 태광식당은 꽤 오래된 곳인데…”라며 넌지시 추천해주셨다.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이미 유명해진 곳은 특유의 ‘향수’가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마음에, 나는 태광식당으로 향했다. 회색빛 건물에 큼지막하게 “태광식당”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듯한 외관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한 편안함이랄까. 건물 옆에는 작은 주차장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였다. 어쩔 수 없이 근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태광식당 외부 모습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태광식당의 외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이모님들의 정겨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벽 한쪽에는 수많은 유명인들의 사인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그중에는 백종원의 사인도 눈에 띄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나는 잠시 웨이팅을 해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살펴보니, 돼지주물럭과 한치주물럭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듯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두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돼지+한치 주물럭’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기본 반찬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콩나물무침, 김치, 깻잎장아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콩나물국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던 바로 그 맛이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물럭이 나왔다.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돼지고기와 한치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돼지, 한치 주물럭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돼지, 한치 주물럭

이모님은 능숙한 솜씨로 주물럭을 불판 위에 올려주셨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침샘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돼지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이모님은 한치를 듬뿍 넣어주셨다. “한치는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까, 살짝만 익혀서 드세요”라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으셨다.

드디어 첫 입! 부드러운 한치의 식감과 쫄깃한 돼지고기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양념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했다. 맵찔이인 나에게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였다. 특히 함께 들어간 미나리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느끼함까지 잡아주었다. 깻잎에 싸서 먹으니,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했다.

태광식당 입구
정겨운 분위기의 태광식당 입구

어느 정도 주물럭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양념에 밥과 김가루, 참기름을 넣고 볶아주셨다. 볶음밥 역시 환상적인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정말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볶음밥 한 숟가락에 시원한 콩나물국을 곁들이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불판. 정말 깨끗하게 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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