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벼르던 구리의 작은 이자카야, ‘마가린’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 ‘키노야’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던 곳이 새 단장을 마치고 이름까지 바꾸었다는 소식에, 그 맛과 분위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골목길, 은은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마가린의 외관은 예스러운 기와집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늑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맛있는 안주 냄새와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기분 좋은 활기를 띤다. 예전 키노야의 아담한 공간은 그대로였지만, 곳곳에 놓인 소품과 조명 덕분에 한층 더 아늑하고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다만,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테이블 간 간격이 조금 좁게 느껴졌고, 사람들로 북적거려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망설여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기에 개의치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꼬치, 사시미, 나베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른 이자카야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메뉴들도 눈에 띄었다.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타다끼와 사시미, 그리고 뜨끈한 나베를 주문했다. 특히 후토마끼가 크고 실하다는 평이 많아 함께 주문했다. 메뉴를 고르면서 보니, 생맥주 종류가 크림과 산미구엘 두 가지뿐이라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아사히나 기린 같은 일본 맥주가 없는 건 조금 의외였다.
주문을 마치자 기본 안주가 나왔다. 짭짤한 콩과 피클이었는데, 다른 곳에 비해 평범한 느낌이었다. 기본 안주에 큰 기대를 거는 편은 아니지만, 조금 더 특별한 메뉴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음식들을 맛보는 순간, 그런 아쉬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타다끼였다. 겉은 살짝 익고 속은 촉촉한 소고기의 식감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신선한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깔끔하고 산뜻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타다끼 위에 뿌려진 특제 소스가 일품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소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다.

이어서 나온 사시미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연어, 참치, 광어 등 다양한 종류의 사시미가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입에 넣으니, 싱싱한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연어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와사비를 살짝 얹어 먹으니, 알싸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횟감 하나하나가 정말 신선하고 퀄리티가 좋았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가사키 짬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푸짐하게 올려진 해산물과 채소가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해물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면발도 탱글탱글하고 쫄깃해서 식감이 좋았다. 특히 나가사키 짬뽕에 들어간 새우, 오징어, 홍합 등 해산물이 정말 신선했다.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나가사키 짬뽕 국물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후토마끼는 정말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했다. 큼지막한 김밥 안에 다양한 재료들이 꽉 차 있었다. 연어, 참치, 새우튀김, 계란, 채소 등 다채로운 재료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한 입에 넣기 힘들 정도로 컸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특히 밥알 사이사이에 스며든 은은한 단촛물 향이 재료들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후토마끼를 먹으면서 사케 한 병을 추가로 주문했다. 깔끔하고 청량한 사케는 맛있는 안주들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나가사키 짬뽕과 사케 한 병을 둘이서 먹었는데 6만원 정도가 나왔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음식의 퀄리티와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이었다. 특히 이날은 서비스로 굴도 주셔서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마가린은 다양한 안주를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이자카야였다. 음식 맛은 기본 이상이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다만,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서둘러 가는 것이 좋다. 또, 매장이 좁고 협소한 편이라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활기찬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마가린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 방문하면 꼭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매운 가라아게는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맛있지만, 나중에 치킨만 먹으면 약간 질리는 맛이라는 평이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샐러드와 함께 먹을 때와 치킨만 먹을 때의 맛이 어떻게 다를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그리고 구리에서 우니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꼭 우니를 먹어봐야겠다.
마가린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 맛보았던 음식들의 여운을 곱씹었다. 구리에 이런 숨겨진 맛집이 있었다니,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종종 마가린에 들러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돌아오는 길, 나는 이미 다음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만큼 마가린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리에서 특별한 이자카야를 찾는다면, 마가린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어쩌면 마가린은 단순한 이자카야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따뜻한 공간. 나는 앞으로도 마가린에서 만들어갈 소중한 추억들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