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의 월급날이면 어김없이 찾았던 짜장면집. 그 시절 짜장면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가족 간의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특별한 매개체였다. 세월이 흘러, 문득 그 시절의 짜장면 맛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낡은 흑백 사진처럼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어, 추억 속의 맛을 찾아 떠나는 여정. 이번에는 영등포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식 노포, ‘송죽장’으로 향했다.
영등포역 앞,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 사이로 묘하게 눈에 띄는 3층 건물이 있었다. 파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中華 松竹莊 料理’라는 한자가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곳임을 짐작게 했다. 건물 외벽에 붙은 수많은 블루리본 스티커와 “백년가게” 인증패는 이 집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듯했다. 2024 국민맛집 명패 옆 황금빛 사자상이 왠지 모르게 듬직하게 느껴졌다. 마치 오랜 세월 이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수호신처럼.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에는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네’ 속으로 생각하며, 나도 줄의 맨 끝에 합류했다. 기다리는 동안, 문득 어릴 적 짜장면을 먹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줄을 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의 짜장면은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행복한 추억을 선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1층은 혼밥 손님들을 위한 작은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고, 2층과 3층은 단체 손님을 위한 룸과 테이블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1층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혼자 식사하는 데는 큰 불편함은 없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따뜻한 자스민차가 나왔다.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기본적인 중식 메뉴 외에도 다양한 요리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판에는 빨간색으로 주력 메뉴가 표시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고추짬뽕’과 ‘간짜장’을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음식이 나왔다. 마치 미리 준비해 놓은 듯한 속도였다. 첫 번째로 나온 음식은 ‘고추짬뽕’이었다. 붉은 국물 위로 고추기름이 둥둥 떠 있었고, 듬뿍 들어간 야채와 해산물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올렸다. 면은 생각보다 얇고 부드러웠다.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캡사이신으로 억지로 매운 맛을 낸 것이 아니라, 마른 고추를 사용하여 깔끔하게 매운 맛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매운 맛이었지만, 묘하게 자꾸 끌리는 맛이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그 또한 훌륭했다. 얼큰한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짬뽕 안에 들어간 죽순의 아삭한 식감도 좋았다.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간짜장’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짜장 소스와 쫄깃한 면발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간짜장 소스는 특이하게도 전분기가 많은 스타일이었다.

면 위에 짜장 소스를 듬뿍 부어 잘 비볐다. 젓가락으로 면을 크게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면은 쫄깃했고, 짜장 소스는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했다. 하지만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춘장의 깊은 맛보다는 짠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갓 볶아낸 짜장의 불맛도 느낄 수 없었다. 양파는 아삭했지만, 투명한 색깔을 보니 미리 볶아 놓은 듯했다.
솔직히 말하면, 간짜장은 기대 이하였다. 면은 불어있지 않았지만, 소스가 면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했다. 면과 소스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랄까. 간짜장보다는 일반 짜장면이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군만두를 추가로 주문했다. 노릇하게 튀겨진 군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만두소는 돼지고기와 야채로 가득 차 있었고, 간도 적절했다.

특히, 만두피가 얇고 바삭해서 좋았다. 젓가락으로 집을 때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군만두는 간짜장의 아쉬움을 잊게 해줄 만큼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1층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 옆에는 ‘맛있는 녀석들’ 촬영 당시 사진이 걸려 있었다. 계산을 하는 동안,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화교나 조선족으로 보이는 직원들은 능숙한 한국어로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식당을 나서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송죽장은 영등포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이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맛집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고추짬뽕은 훌륭했지만, 간짜장은 아쉬웠다. 서비스는 친절했지만,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어쩌면, 완벽하지 않기에 더 정감이 가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영등포에 갈 일이 있다면, 송죽장에 다시 한번 방문할 것 같다. 그때는 고추짬뽕 대신 삼선짬뽕을, 간짜장 대신 짜장면을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탕수육과 깐풍가지도 꼭 맛봐야지. 어쩌면, 그 메뉴들 속에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짜장면 맛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송죽장에서 맛본 음식들:
* 고추짬뽕: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매운 맛이지만, 묘하게 자꾸 끌리는 맛.
* 간짜장: 춘장의 깊은 맛보다는 짠맛이 강하게 느껴짐. 면과 소스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
* 군만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만두소는 돼지고기와 야채로 가득 차 있었고, 간도 적절.
총평:
* 맛: 고추짬뽕은 훌륭, 간짜장은 아쉬움. 군만두는 추천.
* 가격: 합리적인 가격.
* 분위기: 정신없는 분위기. 1층은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음.
* 서비스: 친절하지만, 바쁠 때는 다소 정신없음.
팁:
* 주차는 타임스퀘어에 하고 걸어오는 것이 편리.
* 1층보다는 2층이나 3층에서 식사하는 것을 추천.
* 고추짬뽕을 먹을 때는 밥을 말아 먹는 것을 추천.

나만의 평점: 3.5/5
송죽장은 완벽한 맛집은 아니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매력적인 곳이다. 영등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고추짬뽕은 꼭 한번 맛보시길 추천한다. 칼칼한 국물 맛이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송죽장에서 추억과 아쉬움, 그리고 새로운 맛을 경험하며,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고 돌아왔다. 어쩌면, 맛집 탐험은 단순한 미식 여행이 아니라, 삶의 작은 조각들을 모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