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를 설렘이 이는 곳. 1980년대의 낭만이 아직 남아있는 듯한 이 거리에, 오랜 추억을 간직한 맛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옮겼다. ‘월계수식당’, 1984년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땐 2층 건물이 꽤나 웅장하게 느껴졌었는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외관은 여전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모습이었다. 커다란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월계수식당 Since 1984’라는 문구가, 이 곳의 오랜 역사를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의 정겨운 분위기는 조금 사라졌지만, 테이블마다 설치된 오더 시스템과 셀프 서비스 코너는 편리함을 더했다. 테이블 오더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친절한 음성 안내는 어색하면서도 신선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근처 직장인들부터 오랜 단골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나 또한 설레는 마음으로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판에는 삼선볶음밥, 돈가스, 짬뽕 등 다양한 메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이 곳의 대표 메뉴라는 삼선볶음밥과 옛날돈까스를 주문했다.
주문 후, 셀프 코너에서 물과 샐러드를 가져왔다. 신선한 양배추 샐러드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듬뿍 뿌려 먹으니, 어릴 적 먹던 그 맛 그대로였다. 잠시 후, 테이블 오더 화면에 주문 완료 알림이 뜨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큼지막한 그릇에 담겨 나온 삼선볶음밥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볶음밥 위에는 곱게 채 썬 계란 지단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볶음밥 안에는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과 야채들이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묘하게 당기는 불향이 코를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볶음밥을 휘저으니,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탱글탱글했다. 한 입 맛보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기름기가 적어 깔끔했고, 느끼함 없이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특제 다대기를 넣어 비벼 먹으니, 매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특제 다대기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듯했는데, 덜 짠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는 듯한 친숙한 맛이었다. 볶음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볶음밥 위에 올려진 계란 지단은 부드러운 식감을 더해주었고, 볶음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함께 주문한 옛날돈까스는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울 정도로 푸짐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돈까스 위에는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양배추 샐러드와 마카로니 샐러드, 밥 한 덩이가 함께 제공되었다. 돈까스 옆에는 청양고추가 담긴 작은 종지가 놓여 있었다.
돈까스를 칼로 썰어 한 입 맛보니,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가 훌륭했다.
소스는 어릴 적 경양식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새콤함이 느껴지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었다. 돈까스를 먹다 보니 살짝 느끼함이 느껴졌는데, 이때 청양고추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이 사라지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와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삼선볶음밥을 곱빼기로 시켜 먹는 사람, 짬뽕 국밥을 후루룩 마시는 사람, 돈가스를 맛있게 먹는 사람 등, 각자의 방식으로 월계수식당의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는 볶음밥을 주문하면 파국이 함께 나왔다고 하는데, 리모델링 후 우동 국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파국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볶음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는데, 맛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셀프 서비스로 바뀌면서 예전의 친근한 분위기가 사라진 점도 아쉬웠다.
최근에는 키오스크 주문으로 바뀌어, 음식이 완성되면 테이블 오더 화면과 음성으로 안내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과거의 정겨운 분위기는 다소 사라졌지만, 편리함은 확실히 더해졌다. 하지만, 음식을 직접 가져다 먹고, 식기를 반납하는 것까지 손님이 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마치 휴게소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서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맛은 여전했지만, 서비스나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는 아쉬움과, 편리함과 깔끔함이 더해진 현대적인 변화에 대한 만족감이 공존했다.
월계수식당은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공간이다. 비록 예전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히 맛있는 음식과 착한 가격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며,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광주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식당을 찾는다면, 금남로에 위치한 월계수식당을 추천한다. 삼선볶음밥과 옛날돈까스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이며, 착한 가격으로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격대비 맛은 훌륭하지만, 완벽한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월계수식당은 맛과 추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1980년대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 착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 광주 금남로의 역사를 느끼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한다.
광주 맛집 탐방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에는 또 어떤 숨겨진 보석 같은 식당을 발견하게 될까? 광주의 맛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월계수식당은 내게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을 되살려주는 타임머신과 같은 곳이었다. 광주 지역명을 대표하는 오래된 식당에서, 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