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 1년 만에 다시 찾은 옥천은 변함없는 풍경으로 나를 반겼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옥각리 언덕을 오르니, 저 멀리 정겨운 시골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몸보신을 위한 흑염소 전문점.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도착한 그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퍼지는 흙 내음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낡은 듯 정겨운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 한 켠에 걸린 빛바랜 사진들이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을 선사했다. 흑염소 특유의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훈훈한 약재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메뉴판을 보니 흑염소탕과 옻닭이 주 메뉴였는데, 1년 전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듯했다. 흑염소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친구의 푸념에,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속으로 되새겼다. 우리는 흑염소 전골을 주문하고,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밑반찬이 하나 둘 테이블에 놓이기 시작했다. 갓 담근 듯 신선한 김치,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깍두기,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나물 무침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된장으로 버무린 고추는, 흑염소 전골과의 환상적인 궁합을 예감하게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염소 전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큼지막한 냄비 가득 담긴 흑염소 고기와 갖가지 채소, 그리고 진한 육수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뽀얀 김이 쉴 새 없이 피어오르고, 콧속을 파고드는 깊은 향에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직접 끓여주시는 전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흑염소 특유의 깊은 풍미를 더해갔다.

드디어 흑염소 한 점을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육즙은, 그동안 먹어왔던 흑염소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한 재료와 정성 들인 조리법이 만들어낸 완벽한 맛의 조화였다. 특히 함께 들어간 깻잎과 부추는 흑염소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육수는 또 얼마나 깊고 진한지, 마치 오랜 시간 푹 고아낸 사골 육수를 마시는 듯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가는 듯했다. 친구들 역시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흑염소탕을 처음 먹어본다는 친구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이내 흑염소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어느덧 냄비는 바닥을 드러내고, 우리는 볶음밥을 추가했다. 남은 육수에 김치와 김 가루, 그리고 밥을 넣고 볶아 먹는 볶음밥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마무리였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 흑염소의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볶음밥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이었다. 숟가락으로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우리들의 모습에, 주인 아주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펼쳐진 옥천의 풍경은,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잠시 말없이 추억에 잠겼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흑염소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아닌, 어린 시절 추억과 정겨운 고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옥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흑염소의 깊은 맛과 함께, 따뜻한 고향의 정취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흑염소탕 한 그릇으로 건강도 챙기고, 어린 시절 추억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다짐하며, 옥천 맛집 여정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