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대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울산으로 향하는 차 안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목적지는 단 하나, 30년 전통의 곰장어 맛집이라는 ’88곰장어’였다. 대구에서 울산까지, 곰장어 하나만을 바라보고 떠나는 여정이라니! 하지만 친구들의 입가에는 기대감이 가득했고, 나 역시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으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가게에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4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포스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연탄불 위에는 은박지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서 곰장어가 익어가는 풍경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안주가 되어주었다.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곰장어 굽는 냄새가 뒤섞여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곰장어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가지가 있었고, 낙지탕탕이와 가오리찜 등 다른 메뉴들도 눈에 띄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모두 주문하고, 낙지탕탕이도 추가했다. 곰장어 맛집에 왔으니 곰장어를 제대로 즐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먼저 밑반찬이 차려졌다.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김치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멸치볶음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곰장어가 나오기 전에 멸치볶음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곰장어가 등장했다. 은박지 위에 올려진 곰장어는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졌다. 소금구이 곰장어는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윤기를 뽐냈고, 양념구이 곰장어는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을 들고 곰장어 한 점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소금구이 곰장어는 쫄깃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 없을 정도로 담백했다. 양념구이 곰장어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곰장어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양념이 과하게 맵지 않아 곰장어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매력이 있었다.
곰장어와 함께 나온 뽀얀 빛깔의 가느다란 실당면과 새하얀 팽이버섯은 곰장어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화룡점정이었다. 은박지 위에서 곰장어와 함께 익어가는 당면과 버섯은 곰장어의 기름과 양념을 흠뻑 머금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가 되었다. 특히 팽이버섯의 아삭한 식감은 곰장어의 쫄깃한 식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곰장어 한 점, 멸치볶음 한 입,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 이 조합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시간은 그 어떤 근사한 여행보다 소중하고 행복했다.

낙지탕탕이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신선한 낙지를 탕탕 쳐서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려 내온 낙지탕탕이는 입안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식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곰장어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어느덧 곰장어를 다 먹고, 우리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곰장어를 굽던 은박지 위에 밥과 김, 참기름 등을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은 그야말로 최고의 마무리였다. 곰장어의 양념이 배어 있는 볶음밥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우리는 숟가락으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88곰장어 앞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맛집은 맛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88곰장어는 단순히 맛있는 곰장어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따뜻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친절한 사장님의 미소와 푸짐한 인심은 덤이었다. 비록 곰장어 골목에 다른 곰장어 가게들도 많지만, 88곰장어만의 특별한 매력은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대구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뱃속은 든든했고,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 오늘 88곰장어에서 맛본 곰장어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나는 분기에 한 번 정도는 88곰장어를 찾아 울산으로 향하게 될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울산 맛집 기행은 성공적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88곰장어, 울산 최고의 곰장어 맛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울산의 야경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곰장어의 따뜻함과 행복한 기억들이 뒤섞여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다시 한번 울산을 찾아 88곰장어의 곰장어를 맛볼 것을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88곰장어는 내 인생의 맛집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그곳에서 맛본 곰장어의 맛, 그곳에서 느꼈던 따뜻한 정,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했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간직될 것이다.
다음 울산 방문 때는 꼭 88곰장어에 다시 들러,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맛있는 곰장어를 또 먹어야겠다. 그때는 가오리찜에도 한번 도전해봐야지. 88곰장어, 영원히 번창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