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졸업식 날이면 어김없이 짜장면을 먹으러 가던 기억. 왁자지껄한 중국집 풍경과 달콤한 짜장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페이지다. 문득,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탕수육이 먹고 싶어 대구 동구시장 안에 자리 잡은 노포 중국집, 영창반점을 찾았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낡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간판에 쓰인 ‘영창반점’ 네 글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대여섯 개 남짓.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어 얼른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위에는 낡은 메뉴판이 놓여 있었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 등 기본적인 메뉴들과 함께 탕수육이 눈에 띄었다. 망설일 것도 없이 탕수육 중 사이즈와 볶음밥 곱빼기를 주문했다. 곱빼기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살짝 긴장하며 주문을 마쳤다.
주방은 작고, 요리하시는 분도 한 분뿐이신 듯했다. 그래서인지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거웠다. 낡은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TV에서는 흘러간 옛 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탕수육이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탕수육 위에는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케첩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뽀얀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 조각들은 어딘가 모르게 투박했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갔다. 탕수육 옆에는 양배추 채 썬 것과 케첩이 곁들여져 나왔다.

젓가락으로 탕수육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으니, 바삭! 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튀김옷은 얇고, 속 안의 돼지고기는 촉촉했다. 케첩 소스는 새콤달콤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맛이었다. 어릴 적 먹던 탕수육 맛과 똑같았다. 너무 맛있어서 당근, 오이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좋았다. 탕수육을 먹다 보니 볶음밥도 나왔다. 볶음밥 위에는 반숙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있었고, 짜장 소스와 케첩이 뿌려진 양배추가 함께 나왔다.

볶음밥을 한 입 먹어보니, 처음에는 고슬고슬한 느낌이 덜했다. 하지만 조금 식고 나니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고소하고 맛있었다. 특히 짜장 소스와 함께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다. 탕수육과 볶음밥을 번갈아 먹으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가게 안을 둘러보니, 동네 주민들이 대부분인 듯했다. 다들 편안한 차림으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정겨운 분위기가 참 좋았다. 사장님은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셨는데,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홀이 작은데다 주방도 협소해서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빠르진 않았지만,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혼자 방문했기에 다른 메뉴를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던 삼선짬뽕은 뽀얀 국물이 인상적이었고, 울면 역시 깔끔한 맛일 것 같았다. 다음에는 꼭 여러 명과 함께 방문해서 다양한 메뉴를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볶음밥에 함께 나오는 국물은 짬뽕 국물이 아닌 밍밍한 육수라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짬뽕 국물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탕수육 중 사이즈가 24,000원, 볶음밥 곱빼기가 8,000원이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탕수육과 볶음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마음까지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영창반점은 맛도 맛이지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가 더욱 매력적인 곳이었다.
아쉬운 점은 주차 공간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가게 주변은 골목길이라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근처에 유료 주차장이 있어서, 그곳을 이용하면 된다. 30분에 600원 정도이니, 부담 없는 가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창반점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뚝심과, 변함없는 맛이 있는 곳이다. 어릴 적 먹던 탕수육 맛이 그리운 사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영창반점을 추천한다.

다음에 대구 동구시장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영창반점에 들러 탕수육과 볶음밥을 꼭 다시 맛봐야겠다. 그때는 꼭 삼선짬뽕도 함께 주문해서, 영창반점의 모든 메뉴를 섭렵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사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영창반점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려준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또 어떤 맛있는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