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찾았던 시장통 순대국밥집의 추억,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후후 불어 먹던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풍경이다. 왠지 모르게 그런 향수를 자극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세종시 부강면으로 향했다. 3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순대국 맛집, ‘신설집’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파란 하늘 아래 낡은 간판이 정겹게 느껴지는 외관. 붉은색 차양이 드리워진 입구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간판에는 ‘Since 1953’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무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 맛집이라는 사실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정갈하게 놓인 반찬들이 눈에 띄었다. 깍두기, 김치, 고추 장아찌 등 하나하나 직접 만든 듯한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다대기 대신 양념된 대파였다. 흔히 순대국에 넣어 먹는 붉은 다대기가 아닌, 신선한 대파를 양념에 버무려 내놓는 것이 독특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순대국밥, 내장국밥, 모듬국밥 등 다양한 종류의 국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순대국밥과 맛보기 순대를 주문했다. 메뉴판 옆에는 ‘백년가게’ 인증서가 붙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맛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뽀얀 국물 위에는 송송 썰린 파와 깨가 뿌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순대와 각종 내장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코를 찌르는 돼지 누린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뼈와 고기를 오랜 시간 정성껏 우려낸 듯한 깊은 맛이었다. 잡내 없이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국물은 정말 일품이었다. 맑은 진국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맛이었다.
이번에는 순대를 맛볼 차례. 신설집의 순대는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당면 순대가 아닌, 찹쌀과 채소를 넣어 만든 수제 순대였다. 큼지막한 순대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찹쌀의 고소함과 채소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특히 순대피가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
순대국밥에는 다양한 종류의 내장도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쫄깃한 식감의 곱창, 부드러운 간, 꼬들꼬들한 오소리감투 등 다채로운 내장들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인지, 내장 특유의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몇몇 후기에서는 내장이 조금 질기다는 평도 있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함께 나온 양념된 대파를 국물에 넣어 맛을 보았다. 톡 쏘는 알싸한 맛과 향긋한 풍미가 국물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더욱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대기 대신 대파를 넣어 먹는 것이 신설집 순대국밥의 특징이자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국밥에 말아, 깍두기와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고, 김치 또한 순대국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파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후기가 많으니, 꼭 한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순대국밥을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때, 맛보기 순대가 나왔다. 접시 위에는 큼지막한 순대와 돼지 간이 함께 담겨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순대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순대 한 점을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찹쌀의 식감이 정말 좋았다. 돼지 간 역시 퍽퍽하지 않고 촉촉해서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 특히 신설집에서는 간을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어느새 뚝배기 바닥까지 싹싹 비웠다. 뜨끈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 덕분에 정말 든든했다. 70년 전통의 맛집답게, 순대국밥 한 그릇에 담긴 깊은 풍미는 감동 그 자체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장 주변에 위치해 있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편이다. 친절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불친절하다는 의견도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신설집은 오전 10시에 오픈하며, 1시까지는 웨이팅이 있는 편이라고 한다. 1시 30분쯤 방문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방문 시간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왠지 모르게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신설집. 그 세월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정을 나누어주길 바란다.

세종에서 맛보는 깊은 역사의 맛, 신설집. 세종 맛집 탐방을 계획하고 있다면, 부강면에 위치한 신설집에서 따뜻한 순대국밥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부강면의 풍경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신설집에서 맛본 순대국밥의 따뜻함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