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이어진 여행,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달리다 문득 눈에 들어온 낯선 풍경에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낡은 듯하면서도 묘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외관, 카페 이름 위로 덧붙여진 ’88’이라는 숫자가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여긴 대체 어떤 곳일까? 호기심을 따라 차를 돌려 카페 앞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카페로 향하는 길, 낡은 버스와 트램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놓여 있었다. 낡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감이 가는 모습에 저절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Cville Party Bus’라고 적힌 파란색 글씨가 왠지 모르게 촌스럽지만, 그 촌스러움이 오히려 이 공간의 매력을 더하는 듯했다. 마치 오래된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 과연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을 안고 카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낡은 창고를 개조한 듯 천장이 높고, 앤틱 가구와 소품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액자들과 빛바랜 포스터들이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따뜻한 난로가 놓여 있는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쌀쌀한 날씨 탓에 몸이 으슬으슬했는데, 난로 덕분에 금세 온기가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이지 눈길 닿는 곳마다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가득했다. 오래된 타자기, 낡은 전화기, 빛바랜 사진 액자까지,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 잠시 현실을 잊고 과거의 향수에 젖어 들었다.

메뉴를 살펴보니 커피, 음료, 빵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달콤한 연유빵을 주문했다.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직접 하는 방식이었고, 음료와 빵 역시 직접 가져와야 했다. 모든 것이 셀프 서비스라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카페의 독특한 분위기가 그런 불편함을 충분히 상쇄시켜 주었다.
진동벨이 울리고, 직접 받아온 커피와 연유빵. 커피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앤틱한 분위기 속에서 마시니 왠지 모르게 더 맛있게 느껴졌다. 달콤한 연유빵 역시 커피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빵을 한 입 베어 물자, 부드러운 빵 속에 숨어있는 달콤한 연유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카페 안에는 귀여운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내 옆 의자에 자연스럽게 올라와 앉았다. 마치 원래부터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아주 편안한 자세로 말이다. 쓰다듬어주니 골골송을 부르며 기분 좋다는 듯 몸을 비볐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세상 시름이 모두 잊혀지는 듯했다. 잠시 멈춰 선 여행길에서 예상치 못한 행복을 만끽했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잠시나마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88카페에서 보낸 짧은 시간은 긴 여행의 여정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용인 지역을 지나는 길이라면, 잠시 들러 앤틱한 분위기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포크 설거지 상태는 조금 더 신경 써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