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맛집을 탐방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북적이는 인파에 치이지 않고,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 그런 마음으로, 오래 전부터 아버지의 단골집이었다는 장어구이 전문점, ‘양산도집’을 찾았다. 부산에서 꽤나 이름난 곳이라고 들었다. 자가용을 이용해 방문했는데, 역시나 붐비는 시간에는 주차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 불편함쯤이야, 맛있는 장어를 맛볼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풍겨오는 장어 굽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후끈한 열기가 감돌았지만, 쾌적한 실내 덕분에 기분 좋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예전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주변도 많이 바뀌었고, 건물도 싹 달라져서 잠시 낯설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입식 테이블을 보니 오히려 더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벽 한켠에 붙어있는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양산도’라는 상호 옆에 1956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박혀있는 걸 보니, 그 역사와 전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메뉴는 심플했다. 민물장어 구이가 메인이고, 식사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가격은 1인분에 28,000원. 솔직히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몸보신도 할 겸, 장어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샐러드, 백김치, 깻잎 장아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깻잎 장아찌는 장어와 함께 먹으니 그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사진으로 보이는 샐러드는 신선한 야채와 드레싱의 조화가 훌륭했고, 백김치는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장어구이가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장어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이곳 ‘양산도집’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장어를 직접 구워 먹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주방에서 맛있게 구워져 나오기 때문에, 옷에 냄새가 밸 걱정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장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한 입 크기로 잘려 있어 먹기에도 편했다. 젓가락으로 장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은은한 숯불 향과 함께 부드러운 살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양념은 과하지 않고 은은한 간장 베이스라, 장어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을 더했다.

장어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깻잎 장아찌나 생강 채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알싸한 생강의 향이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1인분에 한 마리 정도의 양인데, 성인 남성 혼자 먹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넉넉하게 먹으려면 3인분 정도는 시켜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장어 양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료값 상승 때문인지,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었다고 하니,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장어구이를 다 먹어갈 때쯤, 식사로 된장찌개가 나왔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두부, 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장어를 먹고 난 후에 먹는 된장찌개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기분 좋게 배가 불렀다. 든든하게 장어로 몸보신을 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 한쪽에 살아있는 장어를 판매하고 있었다. 싱싱한 장어를 직접 구매해갈 수 있다는 점도 ‘양산도집’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양산도집’은 맛도 맛이지만,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테이블을 수시로 확인하며 필요한 것은 없는지 챙겨주시고, 쌈 채소도 떨어지기 전에 알아서 채워주셨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 양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예전 건물에 비해 화장실이 좁고 남녀 구분이 없다는 점 등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양산도집’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부산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양산도집’에서 맛있는 장어구이를 먹고 나오니, 주변에 갤러리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식사 후 갤러리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며 그림 감상하는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 때는 꼭 넉넉하게 3인분 이상 시켜서, 푸짐하게 즐겨야겠다.
돌아오는 길, 문득 ‘양산도집’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든든함이 다시금 떠올랐다. 오래된 맛집의 변치 않는 맛과 정,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특별한 경험이었다. 기력이 없을 때, 혹은 특별한 날, ‘양산도집’에 방문하여 맛있는 장어구이로 몸보신을 하는 것은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