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늦은 시간, 허기진 배를 채우려 동네를 배회하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출출함이 밀려왔지만, 혼자 식당을 가기엔 왠지 모를 망설임이 앞섰다. 북적이는 식당에서 혼자 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이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24시간 운영한다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고, ‘집밥 같은 느낌’이라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발걸음을 이끌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24시’라고 쓰인 노란색 간판이 늦은 밤 어둠 속에서 더욱 반짝였다. ‘콩나물국밥’, ‘굴국밥’, ‘갈치찌개’ 등 익숙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솔로 다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혼자 와도 괜찮은 분위기’인데, 이곳은 그런 면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가게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았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보이지 않았고, 조명도 은은하여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익숙한 듯 정겨운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주방 쪽에는 카운터석도 마련되어 있어, 1인 방문객을 위한 배려가 엿보였다. 다른 손님들이 식사 중이었지만, 모두 각자의 식사에 집중하는 모습이어서 혼자 온 나를 어색하게 만들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는 창가 쪽 2인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나 1인분 주문이 가능한 메뉴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민 끝에, 이곳의 메인 메뉴 중 하나로 보이는 ‘굴국밥’을 주문했다. 8천원이라는 가격은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메뉴를 고르면서 혹시나 ‘굴’이 비리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니만큼 신선도는 어느 정도 보장될 것이라 믿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밥 한 공기와 함께 굴국밥이 나왔다. 큼직한 뚝배기에는 뽀얀 국물 위에 싱싱해 보이는 굴과 푸른 김가루, 그리고 파가 넉넉히 올려져 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를 보니, 얼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정갈했다. 갓 담근 듯한 겉절이 김치, 아삭한 깍두기, 그리고 새콤달콤한 무말랭이까지. 하나같이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듯한 소박한 반찬들이었다.

나는 숟가락으로 국물을 먼저 맛보았다. 멸치 육수인 듯 깊고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굴에서는 전혀 비린 맛이 나지 않았고, 오히려 바다의 신선한 향과 함께 부드러운 감칠맛이 느껴졌다. 밥을 말아 한 숟가락 크게 떠 입에 넣으니, 뜨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온몸으로 퍼졌다. 늦은 시간이라 몸이 으슬으슬 했는데, 마치 보약이라도 한 사발 들이킨 듯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이곳의 굴국밥은 ‘집밥 같은 느낌’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본연의 맛에 충실한 국밥이었다. 굴의 신선함은 물론,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스며들어 부드럽게 넘어갔다.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겉절이 김치 역시 적당히 익어 밥과 잘 어울렸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속이 든든하게 채워지는 만족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음식을 먹는 중간, 옆 테이블에서 “이모님, 국물 좀 더 주시겠어요?”라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분께서 “네, 당연하죠. 부족하면 더 드세요.”라고 따뜻하게 답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니,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을 넘어,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리뷰에서 ‘이모님 왜 안드시냐 물어보시고 다른 국물 주셔서 그나마 위안이었습니다’라고 언급된 부분도 이런 따뜻한 서비스 정신을 보여주는 예시인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모든 메뉴가 완벽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갈치찌개의 경우, 고무 식감에 맛이 이상했다는 부정적인 후기도 보았다. 또, 순두부찌개는 맛은 있었지만 가격에 비해 양이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굴콩나물국밥의 콩나물이 덜 익었다는 후기처럼, 때로는 메뉴별 편차가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맛본 굴국밥은 분명 훌륭했고, 특히 늦은 시간 혼자 방문한 나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정말 몸속까지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곳이라, 퇴근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혼자 와도 눈치 보이지 않고, 마치 집밥을 먹는 것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가격도 합리적이고, 무엇보다 사장님의 따뜻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에 또 늦은 시간에 혼자 밥 먹을 일이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 같다. 뜨끈한 국물과 정겨운 반찬들이, 지친 하루 끝에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선사해 줄 테니까. 이 동네 맛집으로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