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옥천의 한적한 읍내를 걷다 문득 허기가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강력 추천했던 황태 전문점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의 외관은 현대적이고 깔끔한 모습이었지만,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식당의 간판은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주식 회사”, “보물”, “정” 같은 글자들이 큼직하게 쓰인 간판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을 넘어 무언가 특별한 곳일 거라는 기대를 심어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쾌적하고 밝은 실내가 나를 맞이했다. 높은 천장과 넓은 창 덕분에 답답함 없이 탁 트인 느낌이었다. 테이블 간격도 넉넉했고, 무엇보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배려가 엿보였다. 벽면에는 손글씨로 쓰인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복잡하지 않고 핵심적인 메뉴들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황태구이, 황태 정식, 황태 해장국 등 황태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고, 가격 또한 합리적인 편이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혼자 왔지만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분위기 덕분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1인분 주문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혼밥족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지인의 추천대로 ‘황태 정식’을 주문했다. 정식 메뉴에는 황태구이와 함께 푸짐한 황태 해장국, 그리고 다양한 기본찬이 나온다고 했다.
주문 후 곧이어 차려지기 시작한 기본찬들은 눈으로 먼저 즐거움을 선사했다. 정갈하게 담긴 여섯 가지의 찬들은 형형색색 고운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짭조름한 젓갈, 아삭한 나물 무침, 매콤달콤한 볶음 요리까지, 마치 어느 잔칫상에 온 듯한 풍성함이었다. 어느 하나 허투루 나온 것이 없어 보였고, 손맛이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반찬들에 벌써부터 입맛이 돋았다.

기대감 속에 메인 메뉴인 황태 정식이 도착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노릇하게 구워진 황태구이와 뽀얀 국물의 황태 해장국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했다. 황태구이는 겉은 바삭하게 구워졌지만 속은 촉촉하게 살아있어, 입안 가득 고소한 황태의 풍미가 퍼져나갔다. 함께 나온 황태 해장국은 깊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큼직한 황태 살과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져 해장의 기능은 물론,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다.

밥 한 숟가락에 황태구이를 얹어 먹고, 뜨끈한 황태 해장국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었다. 기본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져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짭짤한 콩나물 무침, 새콤달콤한 무생채, 알싸한 마늘장아찌까지. 황태의 진한 맛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어느덧 빈 접시만 남았고,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옥천에서의 혼밥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거나 외롭지 않았고, 오히려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1층에 커피집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식사 후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혼밥족에게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맛과 가격, 서비스, 그리고 혼자여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옥천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혹은 황태 요리가 생각난다면 주저 없이 다시 찾고 싶은 그런 식당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을 때, 혹은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를 원할 때, 이곳은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