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장 남문 초입, 숨겨진 보석 ‘라이빈’에서 만난 정통 중식의 풍미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어느 날, 저는 영천시장의 활기 넘치는 남문 초입을 걸었습니다. 수많은 먹거리들이 발걸음을 붙잡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소문난 중식당을 찾기로 마음먹었죠. 좁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니, 정겨운 간판의 ‘라이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게 앞에는 투명한 천막이 쳐져 있었고, 그 안으로는 따뜻한 조명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라이빈 외관
영천시장 남문 초입에 자리한 라이빈의 정겨운 외관. 투명 천막 안으로 따뜻한 조명이 새어 나온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습니다. 좌석이 많지 않아 붐비는 시간에는 자리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죠. 하지만 오히려 이런 작은 규모가 오히려 아늑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놓인 젓가락과 컵, 그리고 앞접시들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테이블 세팅
정갈하게 세팅된 테이블. 곧이어 등장할 음식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이 날,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짬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메뉴를 주문할까 잠시 고민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짬뽕 한 그릇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짬뽕을 선택했습니다. 곁들임 메뉴로는 갓 튀겨낸 듯 바삭해 보이는 가지튀김을 주문했죠.

주방에서는 중국어로 대화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중국 현지에서 오신 분들이 직접 조리하시는 듯했고, 이는 곧 음식의 기본기가 탄탄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1인 요리 주문도 가능하다는 점이 무척 반갑습니다. 포장은 1인 메뉴가 안 된다는 점은 아쉽지만, 혼밥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려죠.

메뉴판
다양한 중식 메뉴와 함께 1인 요리 주문이 가능한 점이 눈에 띈다.

이윽고 주문한 짬뽕이 나왔습니다. 투명한 천막 너머로 보이는 짬뽕의 모습은 정말 먹음직스러웠습니다. 붉은 국물 위로는 푸짐한 고기 건더기가 듬뿍 올라가 있었고, 채소와 해산물도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짬뽕
푸짐한 고기 건더기와 붉은 국물이 인상적인 짬뽕.

한 젓가락 짬뽕 면발을 집어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탱탱한 면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곳의 면은 마치 칼국수 면처럼 부드러운 식감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물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그 부드러움이 오히려 국물의 풍미를 더 잘 머금게 하는 듯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맵지 않은, 적당한 맵기 덕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은 추위에 얼었던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습니다. 돼지고기 건더기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우러나와 짬뽕의 맛을 한층 깊게 만들었습니다.

함께 주문한 가지튀김은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했습니다. 갓 튀겨져 나온 듯,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게 익은 가지가 일품이었습니다. 튀김옷은 너무 두껍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았고, 후추가 살짝 뿌려져 있어 감칠맛을 더했습니다. 마치 집에서 정성껏 만들어 먹는 듯한, 익숙하면서도 맛있는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가지튀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가지튀김. 후추의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저는 종종 다른 손님들의 주문을 엿듣기도 했습니다. 간짜장을 주문하는 손님도 있었는데, 불맛이 느껴진다는 평이 많았고 계란 후라이까지 곁들여 나온다고 하더군요. 역시 이곳은 ‘라이빈’이라는 이름처럼, 기본에 충실한 중식의 매력을 잘 담아내고 있는 듯했습니다.

물론, 모든 방문 경험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상의 리뷰들을 보면, SNS를 통한 기대감 때문에 방문했다가 다소 실망했다는 후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짬뽕 면이 불어있었고, 짜장면은 평범했으며, 탕수육에서는 냄새가 났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가지튀김이나 군만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는 평도 있었고요.

하지만 저는 이날, 적어도 제가 경험한 ‘라이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의 짬뽕은 면이 불어있지 않았고, 국물의 깊은 풍미와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지튀김 역시 갓 튀겨져 나온 듯 최상의 맛을 선사했고요. 아마도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SNS를 통한 관심에 너무 들뜨기보다는,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려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격 또한 합리적인 편이었습니다. 영천시장이라는 위치적 특성과 함께, 이 정도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굳이 멀리서 찾아갈 정도의 특별함은 아닐지라도, 시장 골목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하지만 입안 가득 남은 짬뽕의 얼큰한 맛과 가지튀김의 고소한 풍미는 따뜻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라이빈’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맛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다음에 영천시장에 들를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이 작은 중식당의 따뜻한 맛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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