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계절,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전입니다. 그 중에서도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육전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지요. 광주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육전 전문점, 미미원을 찾은 날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도시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저는 종종 익숙한 듯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미미원은 그런 저에게 더없이 완벽한 안식처였습니다. 건물 밖에서부터 은은하게 풍겨오는 고소한 전 냄새는 저도 모르게 기대감을 부풀게 했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한옥의 멋스러운 자태는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낡은 듯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기와와 삐뚤빼뚤한 글씨체의 간판은 왠지 모르게 정겹고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밤이 되면 따뜻한 조명 아래 더욱 운치 있는 모습으로 변신하는 미미원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 같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함이 저를 감쌌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은 편안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공간을 넘어, 잠시 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룸과 단체석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외식이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모임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정갈하게 차려지는 기본 상차림은 보자마자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각각의 찬들은 간이 적절하게 배어 있어 메인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이곳의 직원분들은 손님들이 따로 요청하기 전에 먼저 부족한 찬을 꼼꼼히 챙겨주는 세심한 배려를 보여주셨습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느껴지는 이러한 따뜻한 접객 서비스는 미미원에서의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육전이 등장했습니다. 2인분으로 주문한 육전은 도톰하게 썰어져 철판 위에서 먹기 좋게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육전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또 다른 별미였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져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육전은 그 자체로 황홀경이었습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육전 조각들은 보기에도 좋았지만, 손님이 식기 전에 맛볼 수 있도록 바로바로 화로 위에 올려주는 세심한 배려 덕분에 가장 맛있는 온도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갓 부쳐낸 따끈한 육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고소한 풍미는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곳의 육전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맛’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갓 부쳐내어 따뜻하고 고소한 풍미가 살아있는 그 맛은 분명했습니다. 훌륭한 재료와 정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누구나 좋아할 만한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습니다. 굳이 흠을 잡으라면, 바로 그 ‘기본’에 충실했기에 예상 가능한 범위 안의 맛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복잡하고 화려한 맛보다는, 익숙하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맛있는, 그런 음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육전을 맛있게 즐긴 후,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 백합떡국을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맑고 시원한 백합 국물에 쫄깃한 떡이 어우러진 백합떡국은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주었습니다. 국물 속에서 싱싱한 백합 알맹이가 4~5알 정도 들어있었는데, 맑고 깊은 국물의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거운 식사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광주의 육전 맛집으로 몇 군데를 꼽지만, 저는 미미원의 독보적인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다른 곳들도 훌륭한 맛을 자랑하겠지만, 이곳은 그 맛뿐만 아니라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따뜻한 서비스까지 더해져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편안하고 격식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저는 문득 이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이곳을 스쳐 지나갔을까. 따뜻한 육전 한 점을 사이에 두고 나누었던 이야기들, 웃음꽃 피웠던 순간들. 미미원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그런 시간들을 소중하게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았습니다.
광주라는 지역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한 끼 식사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성. 미미원은 그런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이었습니다. 다음에 광주를 다시 찾게 된다면, 저는 분명 다시 이곳 미미원을 찾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한옥의 정취 속에서 고소한 육전 한 조각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