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난 제주 여행, 낯선 땅에서 든든한 한 끼는 무엇보다 소중한 위로다. 오늘도 어김없이 혼밥할 곳을 찾아 서귀포의 골목길을 헤매다, 현지인들이 입소문으로만 찾는다는 숨은 맛집에 발을 들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정갈하게 정돈된 테이블들이 눈에 들어왔다. 북적이는 점심시간이었지만, 다행히 1인 손님을 위한 바(bar)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전혀 어색함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혼밥족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광경이 있을까.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마다 놓인 푸짐한 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떤 메뉴를 시켜도 기본적으로 차려지는 스끼다시(곁들임 음식)의 가짓수가 예사롭지 않았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정식 코스’라는 이름이 유독 눈에 띄었다. 혼밥족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구성일까 잠시 망설였지만, 용기 내어 가장 기본적이라는 정식 코스를 주문했다. 혼자여도 이렇게 훌륭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 메뉴는 예상치 못한 찹쌀도넛이었다. 갓 튀겨져 나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도넛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애피타이저라 하기엔 너무나도 훌륭한 시작이었다. 이어서 등장한 따뜻한 전복죽은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워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애피타이저 세트가 화려하게 차려졌다. 작은 접시마다 신선한 해산물과 정갈하게 조리된 음식들이 빼곡히 채워져 나왔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는 문어숙회, 향긋한 해조류, 달콤하게 조려진 은행, 그리고 짭짤한 콩자반까지. 하나하나 맛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짭짤한 양념에 버무려진 큼지막한 전복은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퍼져 나왔다. 갓 튀겨 나온 듯한 고구마튀김은 달콤함과 바삭함의 조화가 완벽했고, 돈가스 소스로 추측되는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이쯤에서 이미 배가 불러오고 있었지만, 메인 메뉴인 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신선함이 살아있는 두툼한 활어회 한 접시가 상 위에 놓였다. 씹을수록 탱글한 식감과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곁들임 찬들이 워낙 푸짐해서, 메인 회의 양이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혼자 먹기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양이었다. 물론, 여러 명이 함께 와서 다양한 메뉴를 맛볼 때는 회가 ‘거들 뿐’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혼자 온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양이었다.


회를 다 먹고 나니, 다음 순서로 매운탕 또는 지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매운탕을 선택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국물과 함께 신선한 생선 살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수제비였다. 별도의 밀가루 반죽이 비닐봉지에 담겨 나오는데, 위생 장갑을 끼고 손으로 직접 떼어 넣는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갓 떼어 넣은 수제비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 매운탕 국물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이 모든 과정이 1인 코스 메뉴라니, 정말 놀라웠다.
식사의 마무리는 달콤하고 시원한 팥빙수였다. 갓 만든 듯한 팥빙수는 부드러운 얼음과 달콤한 팥, 그리고 쫄깃한 떡의 조화가 완벽했다. 얼얼했던 입안을 개운하게 헹궈주면서, 식사의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듯한, 매운맛 뒤에 찾아오는 달콤함과 시원함의 교차는 이날 식사의 진정한 묘미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특모듬스페셜’과 같은 메뉴는 4인 기준 16만원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기에는 좋은 가격대지만 혼자서는 다 맛보기 어려운 푸짐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1인분 주문도 가능하며, 혼밥족을 위한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 같은 솔로 다이너에게는 큰 장점이다. 넓고 편리한 주차 공간 또한 방문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제주 서귀포에서 ‘나 자신’을 위해 제대로 된 한 끼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혼자여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마치 나만을 위해 차려진 듯한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 만족감과 든든함으로 가득 찬 채,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