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막걸리가 간절하게 당기는 날이었다. 단순한 끌림이 아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핸드폰을 들고 춘천 지역에서 막걸리로 유명한 곳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파전을 찢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오늘은 그 추억을 되짚어보는 거야! 곧바로 벌렁주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이름이 발길을 이끌었다. 혹시 자리가 없을까 싶어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대학생들부터, 40대의 여유로운 미소를 띤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그 안에서 나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흘러나오는 김광석님의 노래는 잊고 지냈던 아련한 감성을 깨우며, 마치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본 안주가 나왔다. 따뜻하게 부쳐진 두부와 볶음김치, 그리고 양파절임. 소박하지만 정갈한 모습이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같았다. 특히 볶음김치는 적당히 익어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았다. 막걸리 안주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두부의 따뜻함과 김치의 매콤함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곧 들이닥칠 행복한 시간을 예감하게 했다. 을 보면, 뽀얀 두부와 윤기 흐르는 볶음김치가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춘천 생막걸리의 투명한 병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파전과 돼지김치두루치기… 고민할 것도 없이 두 가지 메뉴를 모두 주문했다. 벌렁주에 왔으니, 당연히 파전을 맛봐야 하지 않겠는가. 돼지김치두루치기는 왠지 막걸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다. 주문 방식이 특이했다. 테이블 옆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서 카톡으로 주문하는 시스템이라니.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면서도, 이런 편리함이 낯설지 않은 나 자신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았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김광석님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도 하고, 벽에 붙어있는 낙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누군가의 추억, 누군가의 사랑, 누군가의 희망… 다양한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낙서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소소한 볼거리가 벌렁주만의 매력이 아닐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전이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를 가득 채운 파전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비주얼이었다. 해물도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오징어, 새우, 조갯살… 신선한 해산물의 향긋한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젓가락으로 파전을 찢어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것이 진정한 파전의 맛이구나! 밀가루 반죽은 최소화하고, 파와 해물을 듬뿍 넣어 만든 파전은 정말 예술이었다. 를 보면 파전의 두툼함과 푸짐한 해물 토핑을 확인할 수 있다.

파전과 함께 주문한 막걸리가 나왔다. 춘천 막걸리, 소양강나루터 막걸리, 국순당 막걸리, 알밤 막걸리…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맛보고 싶어 종류별로 하나씩 주문했다.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막걸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특히 무첨가 막걸리들을 추천해주셨는데, 정말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가장 먼저 춘천 막걸리를 맛봤다. 뽀얀 우윳빛깔이 마치 묽은 요구르트 같았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향긋한 맛. 이건 정말 혁명이다! 다른 막걸리들에 비해 단맛이 강했지만,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단맛이라 질리지 않았다. 춘천 막걸리 특유의 향긋함은 파전의 느끼함도 완벽하게 잡아줬다.
돼지김치두루치기도 곧이어 나왔다. 빨갛게 양념된 돼지고기와 김치, 양파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김치는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양념은 살짝 강했지만,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오히려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을 보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돼지김치두루치기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다.

소양강나루터 막걸리는 춘천 막걸리보다 단맛이 덜하고,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었다. 국순당 막걸리는 탄산이 강해 청량감을 더했고, 알밤 막걸리는 은은한 밤 향이 매력적이었다. 각 막걸리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질릴 틈 없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파전을 먹다가 조개 껍데기가 살짝 씹히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맛이었다. 예전보다 파의 양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이었을까? 돼지김치두루치기는 고기에서 살짝 잡내가 나는 듯했지만, 양념이 워낙 강렬해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느덧 막걸리병은 하나둘씩 비워져 갔고, 테이블 위는 텅 빈 접시들로 가득 찼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두부김치를 추가로 주문했다. 따뜻한 두부와 볶음김치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특히 춘천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벌렁주에서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세대를 초월한 링크 컬쳐의 공간 같았다. 비 오는 날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하니, 다음에는 조금 서둘러서 와야겠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안주와 막걸리를 즐기며, 감성적인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곳. 춘천 맛집 리스트에 벌렁주를 당당하게 추가해야겠다.
계산을 마치고 문을 나서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 따뜻한 한마디에, 나는 벌렁주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단순한 맛집을 넘어, 추억과 낭만이 가득한 공간. 벌렁주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파전과 막걸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들을 통해 벌렁주의 푸짐한 인심과 맛깔스러운 분위기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비 오는 날, 김광석님의 노래를 들으며 벌렁주에서 파전과 막걸리를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다음 비 오는 날에는 꼭 벌렁주에 다시 방문해서, 그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