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동 삼학, 찬 바람 속 얼음 동동 냉면 한 그릇의 추억

삼학냉면 외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던 날,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 찾아든 삼학냉면의 붉은 깃발이 먼저 반겨주었다.

그날, 날카롭게 파고들던 찬 바람은 왠지 모를 쓸쓸함을 안겨주었다. 텅 빈 가슴을 채워줄 따뜻한 무언가를 갈구하며 걷던 발걸음이, 붉은 깃발이 펄럭이는 이곳, 삼학냉면 앞에 멈춰 섰다. ‘삼학’이라는 이름 석 자가 붓글씨로 적힌 검은 간판은 묵직하면서도 단정했고, 그 아래 둥지를 튼 젓가락과 밥그릇 모양의 로고는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님을, 어떤 정서가 깃든 공간임을 짐작게 했다. 가게 앞을 장식한 큼지막한 메뉴판은 갓 내린 비 소식처럼 싱그러운 그림과 함께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들을 알리고 있었다. 특히 ‘물냉면 + 비빔냉면 + 숯불고기’라 적힌 세트 메뉴는 든든한 한 끼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삼학냉면 메뉴판
입구 앞 칠판에는 정겨운 손글씨로 메뉴가 적혀 있다. 쨍한 파란색 글씨와 야자수 그림이 왠지 모르게 시원한 느낌을 준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붉은 깃발과는 또 다른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은 오래된 시간의 흔적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벽면을 채운 붉은 깃발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마치 따뜻한 인사말처럼 느껴졌고, 묘하게도 냉면집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편안함을 선사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은 눈의 피로를 덜어주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을 잊게 해주는 작은 위로가 되었다.

돈까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튀겨진 돈까스는 곁들여 나온 소스와 함께 풍성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따뜻한 국물 요리를 기대했던 마음과는 달리, 이곳이 냉면 전문점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메뉴를 골랐다. 숯불고기와 함께 나오는 실속 세트는 든든함과 다채로움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기대감을 안고 곁들임 메뉴로 준비된 돈까스를 먼저 맛보았다. 겉은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튀겨져 있었고, 속살은 촉촉함을 머금고 있었다. 곁들여 나온 진한 갈색의 소스는 돈까스의 풍미를 더욱 깊게 끌어올렸고, 짭조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넉넉하게 썰린 크기 덕분에 한 조각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묵직함이 느껴졌다.

물냉면
탱글탱글한 면발과 맑고 시원한 육수의 조화가 일품인 물냉면. 그 위에 고명으로 올라간 채 썬 오이와 계란, 그리고 깨소금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한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냉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놋그릇에 가득 담긴 물냉면은 그 비주얼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짙은 갈색빛을 띤 맑은 육수 위에는 얇게 채 썬 오이와 반으로 가른 삶은 계란, 그리고 그 위를 덮은 고소한 깨소금이 정갈하게 올라앉아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자, 얇지만 쫄깃한 메밀면이 먹음직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혀끝에 닿는 첫 맛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시원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내는 육수는 인공적인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처럼 깊은 맛을 자랑했다. 톡 쏘는 듯한 시원함과 혀끝을 감도는 담백함의 조화는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냉면 면발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냉면 면발이 뭉치지 않고 길게 늘어뜨려지는 모습에서 쫄깃함이 느껴진다.

면발의 식감 또한 인상적이었다. 뚝뚝 끊어지지 않고 쫄깃하게 씹히는 메밀면은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를 자랑했다. 씹는 동안 느껴지는 탱글탱글함은 입안 가득 즐거움을 선사했다. 얇은 면발 사이로 스며든 시원한 육수의 맛은 냉면의 맛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완냉’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곳의 냉면은 그 양이 어찌나 푸짐한지, 그릇 바닥을 보는 것이 마치 거대한 산을 정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양에 ‘냉면 그릇 바닥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삼학냉면 외관 2
빨간 깃발이 바람에 흩날리는 삼학냉면은 마치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함께 나온 숯불고기는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냉면의 시원함과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밥과 함께 먹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빔냉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새빨간 양념장이 먹음직스럽게 비벼진 비빔냉면은 매콤달콤한 맛의 향연이었다. 쫄깃한 면발과 매콤한 양념, 그리고 아삭한 채소의 조화는 입안 가득 즐거움을 선사했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맛이었다. 젓가락으로 비빔냉면을 들어 올리자, 군침이 돌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다.

식사를 마칠 무렵, 셀프바에 준비된 후식 과일을 발견했다. 잘 익은 수박 조각은 식사의 마무리를 상큼하게 장식해주었다. 차가운 냉면으로 속을 채우고, 달콤한 수박으로 입안을 정리하니 그야말로 완벽한 한 끼였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추억과 정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한 가게 분위기, 푸짐한 양,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삼학동 삼학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도, 혹은 뜨거운 여름날에도, 언제나 잊지 못할 맛과 추억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특히 이곳의 냉면은, 단순히 차가운 면 요리가 아니라, 한 끼 식사 이상의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넉넉한 양과 깔끔한 맛, 그리고 푸근한 정까지.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분명 또 다른 계절의 풍경과 함께 이 냉면 한 그릇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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