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가 잦아드는 고즈넉한 오후, 거제 동부면 사무소 바로 앞에 자리한 작은 식당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 명화식당은 제게 늘 특별한 곳이었기에, 이번 방문은 유난히 마음이 들떴습니다. 복잡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오롯이 맛과 이야기가 있는 한 끼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던 날입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정겨운 분위기가 저를 맞이했습니다. 테이블마다 놓인 정갈한 식기들과 따뜻한 공기 속에서, 오늘 저녁 어떤 귀한 맛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설렘이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이곳을 처음 찾으시는 분들을 위해, 오늘은 제가 특별히 부탁드린 저녁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명화식당은 특히 신선한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저는 오늘, 거제 바다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귀한 물고기, ‘사백어’를 중심으로 한 코스 요리를 부탁드렸습니다.
우선, 애피타이저처럼 등장한 것은 마치 투명한 보석처럼 빛나는 사백어 무침이었습니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사백어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지만, 곁들여진 채소들과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자아냈습니다. 얇게 채 썬 당근의 아삭함, 보라색 양배추의 은은한 단맛, 그리고 아삭한 오이까지. 이 모든 조화가 입안 가득 퍼지며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백어의 맛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싱그러운 바다의 향이 마치 여름날의 시원한 바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사백어는 몸길이 5~6cm 정도의 작은 바다물고기라고 합니다. 살아있을 때는 반투명한 빛깔을 띠지만, 죽으면 곧바로 색이 변해 흰색이 되기 때문에 ‘사백어(死白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우리나라 남해 연안에서 주로 서식하며, 이른 봄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특별한 생태를 지녔다고 하니, 이 작은 물고기 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참으로 깊었습니다. 귀하고 흔치 않은 음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특별한 경험이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준비된 음식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백어 부침이었습니다.

갓 부쳐 나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부침은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는 순간, 바삭한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습니다. 겉은 노릇하게 잘 구워져 바삭함이 살아있었고, 속은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백어 살이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씹을 때마다 고소한 기름의 풍미와 함께 사백어의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짭짤한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어 멈출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부쳐주시던 부침개처럼, 정겹고 따뜻한 맛이었습니다.
이어서 테이블 한가운데를 장식한 것은 바로 ‘사백어 국’이었습니다.

맑고 투명한 국물 위로 사백어의 자잘한 살점들이 떠 있었습니다. 따뜻한 국물을 한 모금 떠 마시는 순간, 깊고 시원한 국물의 맛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멸치 육수 베이스인 듯하면서도, 사백어 특유의 은은한 감칠맛이 더해져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국물의 맛이 앞선 요리들에 비해 조금 더 강렬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요. 하지만 전반적인 요리들의 밸런스를 고려했을 때, 이 담백함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날, 저는 사백어의 세 가지 매력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무침으로는 그 신선함과 식감을, 부침으로는 고소함과 따뜻함을, 그리고 국으로는 시원함과 깊은 맛을. 이 작은 물고기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맛과 풍미를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이 코스 요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메인 메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신선한 해산물 모둠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해산물 모둠은 그야말로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싱싱함이 눈으로도 느껴지는 산낙지는 꿈틀거리며 제게 인사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인 산낙지는 함께 곁들여진 깻잎의 향긋함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탱글탱글한 새우, 쫄깃한 식감의 해삼, 그리고 신선한 제철 활어회까지. 마치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신선한 활어회는 씹을수록 올라오는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곁들여진 쌈 채소와 곁들여 먹으니, 각 재료 본연의 맛이 더욱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이 푸짐한 해산물은 단순히 양이 많은 것을 넘어, 각 재료의 신선도와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거제 바다의 싱그러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한 이 맛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곳 명화식당의 서비스 또한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친절하고 세심한 직원분들의 응대는 식사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는지 수시로 살피고, 메뉴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주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오랜 단골이 된 듯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맛의 경험은 제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특히 귀한 사백어를 통해 거제 바다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거제를 찾을 때마다, 명화식당은 제 발걸음을 이끄는 특별한 장소가 될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있는 이곳에서, 또 다른 소중한 기억들을 쌓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