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9코스를 걷던 중, 잠시 숨을 고르며 허기진 배를 채울 곳을 찾았다. 길을 따라 걷다 문득 시선을 사로잡은 건,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하지만 정겨운 풍경의 식당이었다.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식당 안에서는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창가에는 초록색 플라스틱 의자와 작은 탁자가 놓여 있었고, 주인 할머니께서 앉아 계신 모습이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메뉴판을 보니, 이곳의 메인 메뉴는 찜닭과 닭볶음탕인 듯했다. 평소 찜닭을 좋아했던 나는 망설임 없이 찜닭을 주문했다. 주방에서는 따님이 요리를 하고, 할머니께서는 자리에서 손님을 맞으며 지시를 내리시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한 가족이 운영하는 따뜻한 집밥 식당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찜닭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찜닭은 보기만 해도 푸짐함이 느껴졌다. 닭고기뿐만 아니라, 감자, 당근, 양파, 그리고 다양한 채소들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찜닭 소스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잘 익은 닭고기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밥과 함께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감자는 폭신하게 익어 양념이 흠뻑 배어 있었고, 아삭한 채소들은 찜닭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정도면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찜닭과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매콤한 김치, 새콤달콤한 깍두기, 그리고 아삭한 콩나물무침까지. 특히 찜닭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콩나물무침은 찜닭 양념에 비벼 먹어도 일품이었다. 갓 무쳐낸 듯한 신선한 채소들은 찜닭의 맛을 더욱 돋우어 주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테이블 위에는 어느새 찜닭 국물이 넉넉히 남아 있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지.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은 찜닭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꼬들꼬들한 밥알에 짭짤달콤한 찜닭 양념이 더해지니, 그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했다. 한 숟갈, 한 숟갈 떠먹을 때마다 절로 감탄이 나왔다.

창원 양곡 봉산마을에 위치한 이곳, ‘봉산실비식당’은 이름처럼 푸짐하고 실한 음식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었다. 외관의 허름함과는 달리, 이곳의 찜닭은 어느 유명 맛집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보석 같은 맛집을 만난 기쁨은 덤이었다.
다음에 또 봉산마을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이곳에 들러 닭볶음탕도 꼭 맛보고 싶다. 푸짐한 양과 정겨운 손맛으로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 줄 이곳, 봉산실비식당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