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던 오후,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물결처럼 밀려왔습니다. 해운대에서 펼쳐질 드론쇼를 핑계 삼아, 늘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연화리를 향했습니다. 귓가에 스치는 바닷바람은 왠지 모를 설렘을 안겨주었고, 짭조름한 내음은 금세 허기를 불러왔습니다. 곧 만나게 될 낯선 풍경과 익숙한 듯 새로운 맛에 대한 기대로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짙은 갈색의 건물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큼직한 통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간판에는 ‘해녀 조씨할매집’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수조 안에서 꿈틀거리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맑은 물속에서 제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을 뽐내는 아이들은 마치 살아있는 보물 같았습니다.

저는 ‘죽 4인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쿵 하면 짝 하고 호흡이 맞는 듯한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때로는 분주함 속에 묻혀 주문이 늦어지거나, 혹은 순간적인 착오가 생길 수도 있었겠지만, 그 와중에도 젊은 사장님의 친절한 응대는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오랜 단골처럼 편안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이윽고 주문한 음식들이 상 위에 펼쳐졌습니다. 여러 가지 해산물 요리들이 작은 바구니에 담겨 나왔는데, 그 빛깔과 모양새가 참으로 다채로웠습니다.


특히 큼직한 전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껍질째 나온 큼직한 홍합은 짭짤한 바다의 맛과 부드러운 속살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습니다.


해산물을 어느 정도 맛보고 나니,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전복죽이 나왔습니다. 커다란 솥에 담겨 나온,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전복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숟가락을 뜨자마자 진한 녹색 빛깔이 눈에 들어왔고, 쌀알은 부드럽게 퍼져 있었습니다.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는 순간, 진한 바다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습니다. 쌀알은 알맞게 퍼져 부드러웠고, 잘게 썰린 전복의 쫄깃함이 씹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푹 끓여낸 듯 깊고 진한 국물 맛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단순한 죽이 아니라, 영양과 정성이 응축된 보약 한 그릇 같았습니다.
물회처럼 다른 메뉴에 대한 질문에 짜증 섞인 답변을 받았다는 리뷰를 보았기에, 처음부터 기대치를 낮추고 방문했지만, 예상외로 젊은 사장님의 친절함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모든 손님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경험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연화리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바다를 품은 풍경 속에서, 신선한 해산물의 향연과 함께 제철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드론쇼를 보기 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왠지 모를 넉넉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와 케이크로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연화리에서의 추억을 곱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전복죽의 진한 여운이 더욱 깊게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푸른 바다를 마주하며 먹는 신선한 해산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진하고 깊은 풍미의 전복죽은 잊지 못할 맛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 맛, 이 풍경, 이 감정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저는 분명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