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항상 뭘 먹을까 고민하는 샐러던트의 일상. 오늘은 평소와 달리 좀 더 특별한 점심을 기대하며 덕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오래된 동네 분식집. 이곳은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왔다는,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굳이 찾아오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그래서 더 숨겨진 보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낯익은 향수. 마치 90년대 고등학교 앞 분식집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알록달록한 벽지와 오래된 듯한 테이블, 희미하게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까지.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사장님의 손길과 추억들이 곳곳에 녹아든 듯했다. 점심시간이라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몇몇 중년 여성분들이 편안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계셨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가격이 정말 착하다. 요즘 물가에 이 정도 가격이라니, 지갑 부담 없이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혼자 와도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도록 1인분 단위로 판매한다는 점도 좋았다. 망설임 없이 떡볶이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팥크림’을 주문했다. 카드 결제도 가능했지만, 착한 가격 덕분에 계좌이체를 했다.

주문한 떡볶이가 나왔다. 붉은 양념이 자작하게 흥건한 떡볶이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한 입 맛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은 맛의 깊이를 더해주면서도,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왠지 모르게 숟가락으로 남은 양념까지 싹싹 긁어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떡은 겉보기엔 밀떡 같지만, 씹으면 쫄깃함이 살아있는 쌀떡이었다. 큼직한 어묵도 양념을 듬뿍 머금고 있어 떡볶이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어 나온 팥크림은 정말이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셔벗처럼 부드러운 우유 아이스크림 위에 달콤한 팥앙금과 고소한 땅콩가루가 듬뿍 올라가 있다. 마치 퓨전 빙수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인데, 떡볶이의 매콤달콤함과 팥크림의 시원함, 달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떡볶이를 먹다가 팥크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청량감이 매운맛을 싹 가셔준다. 떡볶이와 팥크림, 이 조합은 정말이지 천생연분이다.

사실 이곳이 정말 ‘엄청나게 맛있는’ 맛집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 맛과 푸짐함을 제공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42년 동안 한자리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순대도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고, 튀김만두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니 별미였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팥크림에 들어가는 아이스크림도 직접 만드신다고 한다. 분유를 넣어 만드시기 때문에 배탈 걱정도 없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란다. 이런 정성이 더해져 오랜 시간 사랑받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바쁘게 돌아가는 점심시간, 잠시나마 옛 추억을 떠올리며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복잡한 메뉴보다는 익숙한 분식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팥크림이라는 독특한 디저트까지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동료들과 함께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거나, 혼자서도 부담 없이 맛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을 때, 덕천의 이 오래된 분식집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