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언제나 설렘을 안겨준다. 푸른 동해바다를 보기 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한 식당을 찾았다. 아침 9시 30분부터 문을 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도착했는데, 이미 식당 안은 아침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번잡함을 피해 안쪽 시원한 자리에 앉으니, 비로소 여행의 여유가 느껴졌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섭국, 황태해장국, 산채비빔밥 등 다양한 향토 음식이 눈에 띄었다. 특히 2인 이상 주문 가능한 정식 메뉴는 더덕구이와 황태구이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고민 끝에 섭국과 산채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따뜻하게 부쳐진 두부였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맛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염치 불구하고 한 번 더 부탁드려 먹을 정도였다. (물론,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흔쾌히 더 내어주셨다.)
곧이어 등장한 산채정식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갓 지은 듯 윤기가 흐르는 돌솥밥과 함께, 된장찌개, 더덕구이, 그리고 다채로운 나물들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돌솥밥 뚜껑을 여니,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코를 찌르는 구수한 밥 냄새에 절로 침이 고였다. 밥을 그릇에 덜어놓고, 돌솥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준비를 했다.
된장찌개는 시골 된장으로 끓여낸 듯 깊고 구수한 맛이 났다. 나물 반찬들과의 조화가 훌륭해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법 같은 찌개였다. 호박전은 평소 즐겨 먹는 메뉴가 아니었음에도, 이곳에서는 맛있게 먹었다. 얇게 부쳐진 호박전은 느끼함 없이 담백했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더덕구이는 서울에서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은 물론, 기름진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함께 나온 신선한 야채와 곁들여 먹으니, 매콤달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은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산채정식에 함께 나오는 나물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인 산나물부터,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나물까지,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특히, 톳나물은 바다 향이 은은하게 느껴져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섭국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섭국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홍합 특유의 시원한 맛과 함께, 칼칼한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섭국 안에는 큼지막한 홍합과 함께, 쫄깃한 버섯, 향긋한 미나리 등 다양한 재료들이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밥을 말아서 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뜨끈한 국물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누룽지로 입가심을 하니,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비로소 양양 여행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식사 도중 파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물론, 식당 측에서도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겠지만, 조금 더 신경 쓴다면 더욱 쾌적한 식사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정식의 양이 아주 푸짐한 편은 아니었다. 대식가인 나에게는 약간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이곳은 맛도 맛이지만, 사장님의 친절함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세심하게 신경 쓰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음식을 대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마솥 밥에 대한 자부심, 나물 반찬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은 맛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음식 나오는 속도가 조금 느렸다. 찌개나 추가 반찬이 제때 나오지 않아 여러 번 요청해야 했다. 게다가, 한 손님 테이블에서 반찬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는 일이 발생했는데, 직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후기를 접했다. 물론, 위생 문제는 언제나 민감한 부분이지만, 이러한 점을 개선한다면 더욱 완벽한 식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양양을 방문할 때마다 찾게 되는 맛집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맛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 섭국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라, 더욱 생각나는 것 같다. 다음 양양 여행 때도, 어김없이 이 식당을 방문할 것이다. 그땐 파리도 없고, 서비스도 더욱 개선되어 있기를 기대해본다. 양양에서 진정한 지역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