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정갈함이 깃든, 협재 제주 향토 음식 맛집 기행

제주에서의 아침은 늘 특별하다.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 그리고 왠지 모르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섬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까. 오늘은 든든한 아침 식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협재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협재리식당’. 이름에서부터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식당은 생각보다 아담하고 소박했다. 옛날 집을 개조해서 만든 듯한 외관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욱 편안하게 다가왔다. 하얀 벽면에 검은색 폰트로 쓰여진 간판이 깔끔하면서도 정갈한 인상을 주었다. 건물 위에 설치된 옥상 테라스 구조물은 독특한 포인트를 더했다.

협재리식당 건물 외관
협재리식당의 깔끔한 외관. 옥상 테라스가 눈에 띈다.

9시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음에도 이미 몇몇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식당 안에 가득 퍼져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조용한 식사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아이들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분명 장점일 것이다.

메뉴는 단촐했다. 고등어구이 정식과 갈치구이 정식, 그리고 제육볶음 정식. 세 가지 메뉴 모두 1인당 18,000원으로 가격은 다소 있는 편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제주에 왔으니 갈치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갈치구이 정식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정갈한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뽀얀 쌀밥과 따뜻한 미역국을 중심으로, 열 가지가 넘는 다양한 반찬들이 나무 쟁반 위에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갈치구이 정식 한상차림
정갈하게 차려진 갈치구이 정식 한 상.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메인 메뉴인 갈치구이였다. 큼지막한 갈치 두 토막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겉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것이 먹음직스러웠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니 부드럽게 살이 발라졌다. 한 입 맛보니, 어릴 적 할머니가 구워주시던 갈치 맛이 떠오르는 듯했다. 전혀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노릇하게 구워진 갈치구이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갈치구이.

반찬들도 하나하나 맛깔스러웠다.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톳나물 무침,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콩나물 무침, 새콤달콤한 감귤 샐러드 등 제주 특산물을 활용한 반찬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제육볶음은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신선한 상추에 밥과 제육볶음을 함께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매콤달콤한 제육볶음
밥도둑이 따로 없는 제육볶음.

밥맛도 훌륭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은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졌는데, 좋은 쌀을 사용하는 듯했다. 따뜻한 미역국 또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좋았다.

반찬은 리필이 가능해서 좋았다. 특히 맛있었던 톳나물 무침과 제육볶음을 리필해서 든든하게 즐겼다. 다만, 미리 만들어 놓은 반찬들이라 신선함이 조금 떨어지는 듯한 느낌은 살짝 아쉬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 나이 지긋하신 직원분의 차분하고 친절한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물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반찬은 더 필요한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음식 맛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특별하거나 독창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맛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기사식당이나 한식 뷔페에서 먹는 듯한 익숙한 맛이라고 할까.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했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정갈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재리식당은 제주도의 특별한 향토 음식을 맛보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제주 토속 음식에 질렸거나 아이들이 제주 음식을 잘 먹지 못할 때, 혹은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싶을 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정갈한 한상차림
다양한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따뜻한 밥상이 떠올랐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과 푸근한 정이 느껴지는 그런 밥상 말이다. 협재리식당은 그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박하고 정겨운 곳이었다.

다음에는 고등어구이 정식을 한번 먹어봐야겠다. 그때는 조금 더 조용한 시간대에 방문해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

협재리식당 건물
하늘을 배경으로 한 협재리식당 건물.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번 간판을 올려다봤다. ‘협재리식당’. 소박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름처럼, 이곳에서의 아침 식사는 내게 잔잔한 행복을 선사했다. 제주의 아침을 든든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이곳 협재리식당에서 정갈한 한 끼 식사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만족스러운 맛집 경험이 될 것이다.

협재리식당 안내판
영업시간과 주차 안내.
깔끔한 반찬들
다채롭고 깔끔한 반찬 구성.
갈치와 쌈채소
갈치구이와 신선한 쌈채소.

Author: admin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