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길,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향긋한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식객에도 소개되었다는 청솔. 평소 민물 매운탕 마니아인 나는 그곳의 참게탕 맛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청솔”이라고 쓰인 나무 간판이 정겹게 맞이해 주었다. 간판 옆에는 늠름한 나무가 기대어 서 있어,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듯한 굳건함을 느끼게 했다.
가게 앞 정원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붉은색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띄었고, 주변에는 다채로운 꽃들이 심어진 화분들이 놓여 있어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정경이었다. 건물은 듬직한 돌로 지어져 있었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실내 풍경은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다. ‘참게 이야기’라는 문구가 적힌 간판이 이 집의 대표 메뉴를 알려주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에 깔린 비닐 식탁보가 조금은 아쉬웠지만, 곧 음식 맛으로 모든 것이 잊혀지리라 기대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쏘가리 매운탕, 은어튀김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참게 메기탕과 돌게 수제비였다. 특히 돌게 수제비는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에 미리 예약까지 해두는 열정을 보였다.
밑반찬은 소박했지만 정갈했다. 콩나물, 김치, 나물 등 가정식 반찬들이 하나하나 맛깔스러웠다. 특히 볶음김치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부터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다만 반찬 가짓수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참게 메기탕이 나왔다. 뚝배기 가득 담긴 탕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물은 걸쭉하고 진한 색깔을 뽐냈고, 그 위로 듬뿍 올려진 우거지는 시골 인심을 느끼게 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50년 인생 최고의 민물 매운탕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맵지 않고 간이 딱 맞는 국물은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참게 특유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함께 주문한 돌게 수제비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큼지막한 뚝배기 안에는 수제비와 함께 돌게가 가득 들어 있었다. 국물은 참게 메기탕보다 조금 더 걸쭉했고, 돌게에서 우러나온 진한 국물은 깊이를 더했다. 수제비는 쫄깃쫄깃했고, 참게살이 듬뿍 들어가 있어 먹는 재미를 더했다.

참게의 양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큰 뚝배기 안에 10마리가 넘는 참게가 들어 있었는데, 살도 꽉 차 있어서 먹을 것이 많았다. 젓가락으로 참게 껍데기를 살살 발라내어 살을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이 황홀경을 선사했다. 특히 수제비와 함께 먹는 참게살은 최고의 조합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참게 메기탕과 수제비 모두 약간 매콤한 편이라 아이들이 먹기에는 조금 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맵기 조절을 미리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았는데, 친절 교육이 조금 더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참게 속을 이렇게 많이 넣어서 끓인 수제비는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국물은 깔끔하고 시원했으며, 게의 맛있는 맛이 뼛속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차원의 맛이었다. 남도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이 맛집은 내 인생의 맛집으로 등극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가게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즐겼다. 강물에 비치는 노을빛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참게 메기탕과 돌게 수제비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남도의 지역명 특산물인 참게를 아낌없이 사용한 덕분에 깊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완벽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에 남도를 방문하게 된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은어튀김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청솔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남도의 정취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식객의 흔적을 따라 찾아간 그곳에서, 나는 인생 맛집을 발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