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석 같은 중랑구 용마해장국에서 맛보는 서울식 해장국 맛집 기행

어느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쩐지 맑은 국물이 간절했다. 전날 과음한 것도 아닌데, 시원하게 속을 풀어줄 해장국 한 그릇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끌리듯 향한 곳은 중랑구 망우동,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용마해장국이었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난 맛집이라고 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도착하니, 붉은 벽돌 건물에 파란색 글씨로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부터 ‘찐’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다. 간판에는 전화번호와 함께 ‘절’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는데, 아마도 예전에는 절에서 운영하던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봤다.

용마해장국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용마해장국의 간판.

주차는 가게 바로 앞에는 어려웠지만, 조금만 위쪽으로 올라가면 유료 주차장이 있었다. 해장국집에 왔다고 말씀드리고 2,000원을 선불로 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주차를 마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한자리가 남아있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메뉴는 단 하나, 해장국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원수대로 해장국이 주문되는 시스템이었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해장국 가격이 10,000원으로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소주, 맥주, 막걸리 가격도 함께 붙어 있었다. 메뉴판 옆에는 “우거지 + 선지 + 소목뼈”라고 적힌 문구가 해장국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용마해장국 메뉴판
해장국 단일 메뉴만을 판매하는 용마해장국. 메뉴판에는 해장국의 주재료가 상세히 적혀 있다.

잠시 기다리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이 눈 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소 목뼈와 선지, 우거지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고, 다진 마늘과 파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었다. 뽀얀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맑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오랜 시간 정성스레 우려낸 소목뼈의 진한 감칠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흔히 먹는 텁텁하고 무거운 해장국과는 전혀 다른, 맑고 시원한 스타일이었다. 마치 탕국을 연상시키는 맑은 육수가 인상적이었다.

선지는 정말 푸딩처럼 부드러웠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듯한 식감은, 지금까지 먹어본 선지 중 단연 최고였다. 잡내 하나 없이 신선한 선지는, 선지를 즐겨 먹지 않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4~5년 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선지의 퀄리티가 약간 변했다는 평도 있지만, 여전히 훌륭한 맛이었다.

소 목뼈에 붙은 고기는 적당히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뼈에서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푹 익은 우거지는 부드러웠고, 콩나물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콩나물의 시원한 아삭거림과 우거지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국물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용마해장국 메인
소 목뼈, 선지, 우거지가 푸짐하게 들어간 용마해장국.

테이블에는 다진 청양고추와 고추기름이 준비되어 있었다. 살짝 매콤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다진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 먹으면 된다. 나는 맑은 국물 본연의 맛을 해치고 싶지 않아, 고추기름은 넣지 않았다. 대신, 잘게 썬 고추를 조금 얹어 먹으니, 칼칼한 매운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용마해장국의 또 다른 별미는 바로 반찬으로 나오는 고추장아찌였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해장국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아삭아삭한 식감도 좋았다. 고추장아찌는 별도로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깍두기와 배추김치도 깔끔한 국물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훌륭한 조연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해서, 뜨거운 해장국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짭짤한 반찬은 맑은 국물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용마해장국 밑반찬
해장국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고추장아찌와 깍두기.

해장국을 먹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는 소주를 시켜 곁들이는 손님들도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소주를 그냥 마시는 손님에게 “깡소주 마시면 안 된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냈다. 속이 확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몸속 노폐물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개운함이 느껴졌다. 이 가격에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해장국을 먹을 수 있다니, 정말 가성비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아주머니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용마해장국은 백종원의 3대 천왕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일요일 아침에는 오픈런을 해도 대기가 있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운 좋게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었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서둘러서 방문해야겠다.

가게는 예전 위치에서 용마공원 쪽으로 50미터 정도 옮겼다고 한다. 예전 용마랜드 입구 근처에 있었다고 하니, 혹시 예전 주소로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망우동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곳, 용마해장국.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만한 수고를 들여 방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다음에도 속이 허하거나, 맑은 국물이 생각날 때면 어김없이 용마해장국을 찾게 될 것 같다. 용마해장국은 내게 단순한 해장국집이 아닌, 따뜻한 추억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용마해장국 주변 풍경
용마해장국은 망우동 골목길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진정한 해장국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용마해장국의 해장국. 서울 중랑구에서 잊지 못할 한 끼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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