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겨울,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찾아 제주 한림으로 향했다. SNS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둠’이라는 카페는 낡은 공장을 개조한 독특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커피, 디저트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했다. 특히나 예전에 전분 공장이었던 흔적을 고스란히 살린 공간이라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네비를 따라 도착한 ‘구둠’은 예상대로 평범한 카페와는 거리가 멀었다. 덩굴이 뒤덮인 외벽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고, 낡은 간판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외관부터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오래된 건물의 외벽을 타고 흐르는 담쟁이 덩굴은 마치 자연과 시간이 함께 빚어낸 예술 작품 같았다. ,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낡은 공장의 뼈대는 그대로 둔 채, 곳곳에 푸릇푸릇한 식물들을 심어 실내 정원을 꾸며놓은 것이다. 삭막할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싱그러운 식물들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천장에는 옛 공장에서 사용했을 법한 기계 장치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리를 잡기 위해 카페 내부를 둘러봤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은 답답함 없이 탁 트인 시야를 제공했고, 곳곳에 놓인 빈티지 가구들은 편안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 아래,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도,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직원분은 친절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커피 원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구둠에서는 산미가 있는 원두와 고소한 원두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평소 산미 있는 커피를 즐겨 마시기에, 망설임 없이 산미 있는 원두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고민 끝에 시그니처 메뉴라는 진저라떼와 스콘도 함께 주문했다. 특히 구둠의 스콘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갓 구워져 나온 따뜻한 스콘의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를 들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앙증맞은 눈 오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온기를 더했다.
먼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셔봤다. 은은한 산미와 함께 깊고 풍부한 커피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쌉쌀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커피 맛집이라는 명성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저라떼는 생강 특유의 향긋함과 은은한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쌉싸름한 생강의 풍미가 부드러운 우유와 만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위에 올려진 부드러운 거품은 입술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며 달콤함을 더했다.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여주는 듯한 따뜻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스콘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자랑했다. 특히 함께 제공된 크림치즈는 스콘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스콘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며 고소한 풍미를 선사했다. 잼과 버터를 발라 먹으니 달콤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더욱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커피와 디저트를 음미하며, 카페 내부를 다시 한번 둘러봤다.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고, 벽면에 걸린 사진들은 구둠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다. 옛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벽돌 벽과 나무 기둥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이곳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페 한켠에는 따뜻한 벽난로가 놓여 있었다. 벽난로 앞에 놓인 푹신한 의자에 앉아 불멍을 즐기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은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여주는 듯했고, 은은하게 퍼지는 나무 타는 냄새는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오래된 통나무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벽난로 옆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 있었다. 화려한 장식과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진 트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며, 나도 모르게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었다. 3미터가 족히 넘어 보이는 거대한 트리는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화장실 또한 인상적이었다. 넓고 깨끗한 것은 물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은 마치 호텔 화장실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커다란 거울은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았다.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구둠의 배려가 느껴졌다.
카페 내부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싱그러운 초록빛 식물들은 삭막할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자연 속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특히, 옛 공장의 설비와 식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마치 버려진 공간이 자연과 예술로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푸릇한 잎사귀들이 석벽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 작품이었다. , ,
구둠에서는 커피와 디저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굿즈도 판매하고 있었다. 컵, 엽서, 에코백 등 구둠의 로고가 새겨진 굿즈들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했다. 굿즈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따뜻한 커피와 맛있는 디저트,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구둠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추억과 낭만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전분 공장이었던 낡은 건물이 아름다운 카페로 변신한 모습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카페를 나서기 전, 직원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배려에 감동받았다고 말씀드리니, 환한 웃음으로 답해주셨다. 구둠은 맛과 분위기, 서비스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공간이었다.
제주 여행 중, 특별한 카페를 찾고 있다면, 한림에 위치한 ‘구둠’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낡은 공장의 변신은 물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구둠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편안함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제주의 지역적인 특색과 맛집으로서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구둠’은, 나에게 잊지 못할 제주의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