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내공이 깃든 수유동 기사식당, 진미식당에서 맛보는 푸짐한 한 끼 식사의 서사

오랜만에 묵직한 밥심이 간절했다. 화려한 레스토랑도 좋지만, 가끔은 소박하면서도 푸짐한 밥상이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운전으로 고생하는 기사님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기사식당은 그런 의미에서 든든한 위로가 되어준다. 수유동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사식당이 몇 곳 있는데, 그중에서도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진미기사식당으로 향했다.

진미기사식당은 겉모습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붉은 벽돌 건물에 커다란 간판이 정겹다. 가게 앞에는 방송 출연 사진과 인증서들이 붙어 있어 더욱 믿음이 갔다. 1970년대부터 이 자리에서 묵묵히 맛을 지켜온 곳이라고 하니, 그 깊은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건물 외벽에는 ‘since 1970s’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고, 가게 앞 벤치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보였다.

진미기사식당 외부 전경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진미기사식당의 정겨운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활기찬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테이블마다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홀 중앙에는 큼지막한 TV에서 진미기사식당이 방송에 출연했던 장면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메뉴는 찌개류부터 볶음, 구이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돼지김치찌개, 순두부찌개 같은 찌개류는 8천 원부터 시작하고,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오삼불고기 같은 볶음류는 1만원에서 1만2천 원 정도였다. 고등어구이, 갈치조림 같은 생선 구이와 조림도 있었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손글씨 메뉴도 보였다. 가격은 대체로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오삼불고기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푸짐한 반찬들이 차려졌다. 진미기사식당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셀프 반찬 코너였다. 깍두기, 파김치, 어묵볶음, 콩나물무침 등 집밥 느낌의 반찬들이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먹을 만큼 덜어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깍두기가 시원하고 맛있었다.

다채로운 셀프 반찬 코너
정갈하게 준비된 셀프 반찬 코너

반찬 코너 옆에는 따뜻한 배추된장국이 준비되어 있었다.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국그릇에 한가득 담아왔다. 살짝 미지근한 온도였지만, 깊은 맛은 훌륭했다. 뜨끈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충분히 밥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오삼불고기가 나왔다. 커다란 쟁반에 담겨 나온 오삼불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돼지고기와 오징어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고, 양파와 파, 고추 등 다양한 채소가 함께 볶아져 나왔다. 빨갛게 양념된 모습이 매콤해 보였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매콤한 오삼불고기
매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오삼불고기

진미기사식당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갓 지은 솥밥이다.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윤기 자르르한 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했고, 밥 냄새가 정말 좋았다. 솥밥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오삼불고기 양념에 비벼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고 한다.

정갈한 한 상 차림
푸짐하고 정갈한 진미기사식당의 한 상 차림

먼저 오삼불고기 한 점을 맛보았다. 쫄깃한 오징어와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했고, 은은하게 불향이 느껴졌다. 과하게 달지 않아서 좋았고, 밥반찬으로 먹기에 딱 좋은 간이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갓 지은 솥밥에 오삼불고기를 듬뿍 올려 쓱쓱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매콤한 양념이 밥알에 골고루 배어들어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느낌이었다. 깍두기와 파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다채로운 반찬들
셀프 반찬 코너에서 취향껏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반찬

오삼불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었다. 숭늉처럼 구수한 누룽지는 입가심으로 최고였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역시 밥심은 위대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남자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가게 내부를 깔끔하게 관리하는 모습에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특히, 사장님의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전라도 분이신 듯, 말투에서 정겨움이 느껴졌다.

진미기사식당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50년 전통의 깊은 맛은 물론, 넉넉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었다. 집밥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하고 싶다면, 수유동 진미기사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다음에는 코다리조림과 이면수구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맛있는 식사 덕분에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진미기사식당 외부 모습
수유동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진미기사식당

다만, 최근 TV 출연 이후 손님이 늘면서 음식 양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예전보다 못하다는 단골들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미기사식당은 여전히 가성비 좋은 식당임에는 틀림없다.

방송 출연 사진들
가게 곳곳에 붙어있는 방송 출연 사진들

진미기사식당 바로 옆에는 또 다른 유명한 기사식당인 궁전회관이 있다. 두 곳 모두 수유동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곳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밑반찬과 메인 음식 모두 진미기사식당이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징어볶음은 오징어가 푸짐하게 들어있고, 양념이 과하게 달지 않아 더욱 좋았다. 다음에는 꼭 오징어볶음을 먹어봐야겠다.

오늘도 진미기사식당에서 든든한 밥심을 충전하고 돌아간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으로 오랫동안 수유동을 지켜주길 바란다.

다양한 메뉴
진미기사식당의 다양한 메뉴
메뉴판
벽에 걸린 메뉴판
반찬 코너
푸짐한 반찬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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