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동네에서 가장 눈여겨봤던 레스토랑, ACME. 브라운 가죽 질감의 메뉴판을 받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다. 며칠 전 미리 전화로 예약해둔 덕분에,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림 없이 바로 테이블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예약할 때 혹시나 싶어 창가 자리를 부탁드렸는데, 다행히 따뜻한 햇살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명당에 앉을 수 있었다.
레스토랑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층고가 높아 탁 트인 느낌이었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은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마치 유럽의 작은 레스토랑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곧 다가오는 기념일에 다시 방문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벽돌과 나무, 그리고 부드러운 조명이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고심 끝에 커플 세트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식전빵이 나왔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마늘빵이었다. 은은하게 풍기는 마늘향이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바삭한 빵을 뜯어 입에 넣으니, 버터의 풍미와 마늘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따뜻한 빵은 차가운 겨울밤의 낭만을 더해주는 듯했다.
다음으로 나온 버섯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버섯의 조화가 돋보였다. 특히 드레싱이 상큼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서 샐러드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샐러드를 한 입 가득 넣고 씹으니,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과 버섯의 쫄깃함이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드레싱의 상큼함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다음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메인 메뉴는 시금치 관자 리조또와 꽃등심 스테이크였다. 먼저 시금치 관자 리조또를 맛봤다. 부드러운 크림소스와 향긋한 시금치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큼지막한 관자는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리조또 한 숟갈을 입에 넣으니, 시금치의 향긋함과 관자의 쫄깃함, 그리고 크림소스의 부드러움이 한데 어우러져 황홀경을 선사했다.

꽃등심 스테이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나왔다. 칼로 스테이크를 자르는 순간, 육즙이 흘러나오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곁들여 나온 구운 양파와 감자는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짭짤한 소금을 살짝 찍어 먹으니, 스테이크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차와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차는 은은한 향이 좋았고, 아이스크림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줬다. 창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니,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ACME에서의 식사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경험이었다.
다른 테이블을 슬쩍 보니, 스파이시 새우 로제 리조또를 먹는 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매콤하면서도 깊은 로제 소스 향이 코를 자극하는 게, 다음 방문 때는 꼭 저 메뉴를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또, 잠봉뵈르 파스타라는 독특한 메뉴도 눈에 띄었다. 짭짤한 잠봉과 고소한 버터의 조합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레스토랑 전용 주차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주변 길가에 주차해야 했는데, 저녁 시간에는 주차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분위기 덕분에 주차의 불편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ACME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는 물론, 가족 외식이나 단체 모임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옆 테이블에서는 6명 정도 되는 단체 손님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넓은 공간과 다양한 메뉴 구성 덕분에 누구와 함께 와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청첩장 모임을 이곳에서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이 특별한 날을 더욱 빛내줄 것 같았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다음 방문 때는 꼭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파이시 새우 로제 리조또와 잠봉뵈르 파스타는 물론, 다른 파스타와 스테이크 메뉴들도 하나씩 정복해보고 싶다. ACME는 내게 단순한 맛집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분위기,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망원동 지역 주민으로서 이런 맛집을 발견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다음에 기념일에 꼭 다시 방문해서 그때는 더 많은 메뉴를 즐겨봐야겠다. ACME, 망원동의 자랑스러운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