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통영 서호시장의 골목길을 걸었다.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과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가 잠을 깨웠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오직 한 곳, 통영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져 온 원조 시락국이다. 10년 넘게 통영에 오면 꼭 들른다는 단골의 이야기에 잔뜩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 안쪽, 농협 건너편에서 드디어 간판을 발견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원조 시락국’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정겹다. 입구에는 이미 몇몇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겉모습에서부터 느껴지는 ‘찐’ 맛집의 아우라에 더욱 설렜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시락국 냄새가 온몸을 감쌌다. 내부는 생각보다 좁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치 오뎅바처럼, 바 테이블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좌석이 독특했다. 혼자 온 손님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며 식사하는 풍경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락국과 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얹어져 있었다. 그리고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테이블 중앙에 길게 늘어선 반찬 코너였다.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10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김치, 콩나물, 어묵볶음, 톳 장아찌 등 다양한 반찬들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나는 쟁반을 들고 반찬 코너로 향했다. 깍두기, 부추무침, 파김치 등 먹고 싶은 반찬들을 조금씩 담았다. 특히 톳 장아찌가 눈에 띄었다. 바다 향이 물씬 풍기는 톳을 짭짤하게 절인 장아찌는, 시락국과 환상적인 조합을 이룰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와 드디어 시락국을 맛볼 차례.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듯한 맑은 국물에, 시래기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조화로운 맛을 냈다.
나는 시락국에 밥을 말아, 그 위에 부추무침과 김가루를 듬뿍 올려 먹었다. 아삭한 부추와 고소한 김가루가 시락국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특히 깍두기가 정말 맛있었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의 시원하고 아삭한 맛은, 시락국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충분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알고 보니 이 집 시락국은 장어 뼈를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국물에서 은은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비린 맛은 전혀 없었다. 시래기 향이 장어의 풍미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혼자 온 사람, 가족 단위 손님,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다들 말없이 시락국에 집중하며 아침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불편함보다는 정겨움이 느껴졌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었다.

어느새 시락국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온몸에 활력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특히 이 집은 밥과 국이 무한 리필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반찬도 푸짐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굳이 리필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배부르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정말 착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가성비 최고의 맛집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침 햇살이 서호시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활기 넘치는 시장 풍경을 보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통영에 오면 꼭 다시 들러야 할 맛집 리스트에 저장 완료!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통영 서호시장의 원조 시락국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통영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통영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 시락국 한 그릇과 함께 통영의 정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그릇을 비우며 느꼈던 따스함을 되새겼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풍족해지는 경험이었다. 이것이 바로 통영 시락국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다음에 통영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 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 때는 파김치와 톳 장아찌를 더 많이 먹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