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톡, 톡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지글지글 기름에 튀겨지는 전과, 톡 쏘는 막걸리 한 잔. 광주에서 전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무등골전집’이 문득 떠올랐다. 망설일 필요 없이, 우산을 챙겨 들고 곧장 운암동으로 향했다.
가게에 가까워질수록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맡던 정겨운 냄새랄까. 빗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전 냄새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기다릴 뻔했다. 역시, 비 오는 날의 전집은 인기가 대단하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막걸리 종류가 꽤 다양했다. 달콤한 유자 막걸리부터 깔끔한 맛의 생막걸리까지. 고민 끝에 직원분의 추천을 받아 ‘달빛유자막걸리’를 주문했다. 상큼한 맛이 전과 잘 어울린다는 말에 솔깃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모듬전과, 남편이 좋아하는 홍어를 위해 삼합도 함께 주문했다.
주문 후, 곧바로 밑반찬이 차려졌다. 멸치볶음, 김치, 콩나물무침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따뜻한 된장찌개가 서비스로 나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된장찌개는 막걸리 안주로도 제격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이, 이곳이 왜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인지 짐작하게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전이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 가득 담긴 전들의 향연에 입이 떡 벌어졌다. 육전, 새우전, 동태전, 호박전, 고추전 등 다양한 종류의 전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갓 구워져 나온 전들은 따뜻했고, 기름 냄새는 더욱 식욕을 자극했다. 에 나온 것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전들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특히, 큼지막한 풋고추를 반으로 갈라 속을 채워 부친 고추전은 매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
가장 먼저 육전부터 맛봤다. 얇게 저민 소고기에 계란물을 입혀 부쳐낸 육전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새우전은 통통한 새우 살이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새우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동태전은 부드러운 동태 살과 계란의 조화가 훌륭했다.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한 맛이 좋았다. 호박전은 달콤한 호박의 맛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다른 전들에 비해 담백해서, 입가심으로 먹기에 좋았다.
모듬전을 맛보는 사이, 달빛유자막걸리가 나왔다. 투명한 유리 잔에 막걸리를 따르니, 은은한 유자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한 모금 마셔보니,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막걸리의 톡 쏘는 탄산과 유자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기름진 전과 함께 마시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다음으로는 홍어삼합을 맛볼 차례였다. 잘 삭힌 홍어와 돼지고기 수육, 묵은지를 함께 먹는 삼합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남편은 홍어를 무척 좋아하지만, 나는 사실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의 홍어는 삭힌 정도가 강하지 않아서,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용기를 내어 홍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돼지고기 수육과 묵은지를 얹어 한 입에 넣었다. 톡 쏘는 홍어의 향이 코를 찌르면서도,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묵은지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생각보다 거부감 없이 맛있었다. 특히, 묵은지의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홍어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부담스럽다면, 묵은지를 넉넉하게 넣어 먹으면 훨씬 수월하게 즐길 수 있다.

전과 삼합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다들 라면을 하나씩 시켜 먹고 있었다. 얼큰한 국물에 꼬들꼬들한 면발이 땡기는 건 당연지사. 우리도 뒤늦게 라면을 하나 주문했다.
라면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꼬들꼬들하게 잘 익은 면발과,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넉넉하게 들어간 계란 덕분에 국물은 더욱 진하고 고소했다. 김치 한 조각을 올려 라면을 후루룩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처럼, 은색 냄비에 담겨 나온 라면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이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여전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따뜻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분위기 덕분에,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광주 운암동의 ‘무등골전집’은,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날 것 같은 그런 곳이다.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곳이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야겠다.
이곳은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도 자주 찾는 맛집이라고 한다. 맛뿐만 아니라 가성비까지 훌륭하니, 선수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도 하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전과 막걸리를 즐기고 싶다면, ‘무등골전집’을 강력 추천한다. 단, 비 오는 날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미리 전화해보는 것이 좋다.
무등골전집에서 맛본 전들은 기름쩐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갓 구워져 나온 따끈한 전들은, 입에 넣는 순간 행복감을 선사했다. 식어도 맛있는 전이라니,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아마도 신선한 재료와 사장님의 정성이 아닐까.
다음에 방문하면, 꼭 조기짜박이를 먹어봐야겠다. 다른 테이블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조기짜박이는, 막걸리 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제격일 것 같다. 그리고, 유자 막걸리 외에 다른 종류의 막걸리도 맛봐야겠다. 다양한 막걸리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무등골전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과 추억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 오는 날, 따뜻한 전과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무등골전집’으로 향해보자.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하지만,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 덕분에,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광주 운암동의 ‘무등골전집’, 이곳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광주 맛집이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지역명 맛집 기행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