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던 날, 왠지 모르게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목적지는 당연히 바다가 보이는 곳, 강원도 양양이었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인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동호해변에 도착했다.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다가 발견한 작은 식당, 간판에 적힌 ‘섭국’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나를 끌어당겼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예상외로 꽤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무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가 주는 따뜻함, 그리고 한쪽 벽면을 장식한 해바라기 그림 덕분에 전체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겨울 바다가 펼쳐져 있어, 낭만적인 식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섭국을 주문했다. 섭국은 양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잠시 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섭국과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섭국 위에는 신선한 부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는 취향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따로 제공되었다. 밑반찬으로는 콩나물, 깍두기, 해초 무침 등 집에서 만든 듯한 소박한 반찬들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드디어 섭국을 맛볼 차례.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텁텁하면서도 시원한,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졌다. 특히 섭 특유의 감칠맛이 인상적이었는데,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맛이라 더욱 좋았다. 쫄깃한 섭의 식감도 훌륭했고, 투박하게 썰어 넣은 섭 덕분에 씹는 재미도 있었다.
함께 제공된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으니, 섭국의 풍미가 한층 더 깊어졌다. 마늘의 알싸한 향과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섭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더욱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얼큰한 국물은, 전날 마신 술을 깨끗하게 해장해주는 듯했다.

섭국과 함께 주문한 모두부도 기대 이상이었다. 따뜻하게 데워져 나온 모두부는, 겉은 살짝 단단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들깨 부추 소스에 찍어 먹으니, 고소한 두부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특히 멸치볶음과 함께 먹으니,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셨던 따뜻한 밥상이 떠오르면서 마음까지 푸근해졌다.

뿐만 아니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메밀전병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얇게 부쳐진 메밀전병 안에는 김치, 당면, 야채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있었는데, 씹을수록 고소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섭국과 함께 먹으니, 섭국의 시원함과 메밀전병의 매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입맛을 돋우었다.
음식을 맛보는 내내,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고, 섭국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해주셨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온 손님들에게는 김을 따로 챙겨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따뜻한 인심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섭국 한 그릇으로 채워진 행복감을 만끽했다. 양양 동호해변에 숨어있는 이 작은 맛집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맛있는 섭국을 함께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양양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이 섭국 맛집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